폐기물을 유용 물질로 전환하는 것은 자원 순환의 관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 손실이 발생한다. 재활용하는 탄소의 양도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가 정성스레 분리배출하는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기존 방법으로는 처리 가능한 폐기물의 종류나 양에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탄소 손실을 줄이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유해한 오염 물질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인 권일한(49·사진)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의 탄소를 유용한 자원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한 공을 인정받았다. 그는 최근 인체에 유해한 실내 공기 오염 물질의 분석 및 제거를 위한 연구도 한다.
폐기물은 자원으로서 잠재력이 크지만 많은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어 자원화 과정이 까다롭다. 열화학 공정을 통한 기존 폐기물 에너지화는 특정 성분만을 추출해 많은 양의 부산물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를 처리하는 추가 공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탄소 손실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매스는 특정 성분을 전처리(추출)해 전환 공정에 방해되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권 교수는 “폐기물을 열분해하면 가스·오일, 고체 잔여물이 발생한다”며 “폐기물의 종류와 열분해 조건에 따라 분해 생성물의 특성과 수율이 다르지만 기존 폐기물 자원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 손실이 발생하는 점은 비슷하다”고 했다. 그가 자원 재활용과 폐기물 자원화를 넘어 ‘탄소 순환형 폐자원’ 연구에 도전한 배경이다.
권 교수 연구팀은 열화학 공정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공정 내 반응 원료이자 반응 매개체로 활용해 탄소원을 확보하고 다양한 종류의 유용 자원을 회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원료의 전(前)처리 과정이 필요 없는 바이오 연료 생산공정도 개발했다. 기존 바이오 연료 생산 시 추출 단계에서 소비되던 에너지와 부원료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 연료 생산공정은 다공성 물질과 열에 의해 반응이 진행돼 기존에 사용되던 강산·강염기 촉매가 필요 없다. 원료에서 특정 성분만 추출하는 기존 기술에 비해 모든 성분을 활용한다. 기존 기술의 성분 추출 단계에서 소비되던 에너지와 부원료의 양도 줄여 경제성도 높였다. 이 기술은 화학·에너지 산업의 기반시설 변형을 최소화해 산업 전반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교수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인 조리퓸(Cooking oil fume)을 나노그램 단위까지 정량·정성 분석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조리사업장 작업환경 측정 기준 선정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조리퓸은 일반적으로 기름을 사용해 볶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 배출되는 배출물을 뜻한다. 그는 “이번 연구는 폐기물을 연료로 활용해 탄소의 손실을 줄이고 탄소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