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0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일대일로를 ‘부채와 올가미 협정’이라고 비판하며 다자 개발 은행들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본지 9월 6일자 1·2·3면 참조
5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서 열리는 이번 G20 회의에서 신흥 시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다자 개발 은행 개혁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G20에 참석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실무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며 IMF와 WB의 대출 능력을 높이고 개발도상국의 부채를 탕감하는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다자 개발 은행, 특히 WB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의제를 전달하는 것이 G20로 향하는 우리의 주요 초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둘러싸고 강압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긍정적인 대안을 (미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WB에 33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미 의회에 요청했다. 이를 통해 WB의 개발 및 인프라 금융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IMF와 WB의 대출 능력을 약 2000억 달러 늘리는 방안을 G20에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처럼 다자 개발 은행 개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개도국의 발전을 돕기보다는 해당 국가를 중국에 종속시키는 ‘부채 함정 외교’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에 대응하기 위해 WB가 민간금융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2월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를 WB 총재로 지명하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급박한 도전 과제인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금융을 동원할 수 있는 핵심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