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기로 악명이 높은 영국 런던의 주택 임대료가 결국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K. 롤링을 비롯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한강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데버라 스미스 등이 죽기 살기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매달 ‘월세’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로 런던의 임대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런던 전역의 민간주택 임대료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부동산 중개업체 사빌스(Savills) 데이터에 따르면 런던의 임대료가 지난 3년 동안 평균 20% 상승했다. 현재 런던 내 방 한칸짜리 주택 임대료 중앙값은 한 달에 1600파운드(약 27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런던 내 임대료가 고공행진하는 것은 임대인들이 치솟는 비용을 임차인들(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팩트에 따르면 영국의 2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2년 8월 4.5%에서 2023년 8월 말 6.6%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런던 안팎의 임대주택 소유자들의 이자 납입 부담이 크게 늘었고,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줄줄이 임대료를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4채의 임대 부동산을 보유한 닐 프랑스는 “매달 모기지 상환액이 ‘끔찍한 수준’”이라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임대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영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폐지한 것 역시 화근으로 작용했다고 FT는 전했다.
임대료는 상승하는 반면 임대 가능한 주택 물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기록적인 이민자 수 유입에다 기숙사 부족으로 인해 민간 임대 시장으로 밀려나는 학생들도 늘고 있어 주택임대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임대 주택에 몰리고 있는 점도 초과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기기 금리가 치솟는 데다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정부 지원제도가 종료됨에 따라 주택구매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일부 세입자들은 여러 달치 임대료를 선불로 지불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