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츠쵸라는 지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진 파크골프.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파크골프는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방식이 골프와 비슷하지만 공과 홀컵 크기가 커서 골프보다는 치기 쉬운 데다 비용도 저렴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생애 스포츠’로 40년 넘게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일본에서 파크골프는 지역 공동체의 교류를 촉진하는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구장 확보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7일 일본 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파크골프장은 최소 9홀이 1코스로 조성되며 최소 8250㎡의 면적이 요구된다. 한 게임 단위인 18홀을 빠짐없이 만든다면 약 1만2000㎡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공인 코스라면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파크골프는 자체 룰에서 나이나 성별에 따른 핸디캡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스 구조나 규모가 중요하다.
일본 파크골프 협회는 구장 건설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공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실제로 이 협회에서 대외적으로 파크골프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책자에는 “파크골프 구장은 기존에 조성된 공원을 최우선에 두고 스포츠를 즐긴다”고 적혀있다. 또 이 책자에는 스키장이나 골프장 등의 유휴지를 활용하는 방식도 구장 마련의 좋은 예시라고 적혀있다. 아울러 일본 파크골프 협회는 “모든 구장에 대해 농약 살포는 절대 금지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혀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 파크골프협회가 환경 친화적인 구장을 강조하는 배경은 이미 2200여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골프장이 있는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골프장 개수 기준으로 톱 3위에 항상 꼽히는 국가다. 시장분석기관 R&A가 2021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2660개)에 이어 2번째로 골프장이 많은 나라(2202개)로 이름을 올렸다. 3위는 캐나다(2200개)였다. 다만 조사 시기에 따라 운영 중인 골프장 숫자가 변동돼 일본은 2위~4위를 번갈아가며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4년 서울 한강에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된 한국의 파크골프는 최근 수년새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구장 확보가 화두다. 고령화 시대에 안성맞춤인 스포츠라는 인식도 함께 퍼지면서 지역 자치 단체마다 사회체육 활성화 명목으로 곳곳에서 구장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파크골프장 건설을 문제 삼으며 충분한 환경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