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바이오·자율주행 등 새로운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엔비디아’가 나와야 합니다.”
왕성호 네메시스 대표 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토종 팹리스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돼왔지만 기업들의 노력과 정부 지원이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왕 대표는 현재 반도체 지원책의 흐름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생산 설비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특별법이 꾸려져 있다”며 “팹리스는 공장이 없고 소프트웨어와 인력 중심이다 보니 실효 있는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지원 역시 공장이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팹리스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팹리스 특화 연구개발(R&D) 지원책’을 꼽았다. 신뢰성, 기능 안정 검증 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V&V (Verificatin & Validation) 센터’, 경기도 성남에 주로 위치한 팹리스 업체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클러스터 설립 등이 대표적 예다.
왕 대표는 “설계한 반도체를 시험 제작해 검증하는 비용이 수십억 원을 넘어간다”며 “영업이익이 100억 원대를 넘지 않는 영세한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인에 설립 중인 파운드리 기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지만 팹리스가 몰린 판교에도 팹리스 기반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팹리스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용 펀드 조성도 제안했다. 왕 대표는 “팹리스 회사들은 제품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설립 이후 7~8년간 적자를 피할 수 없는데 이 때문에 융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술력이 검증이 됐을 경우 보증 한도를 상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시행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