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단식 농성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자신에 대해 “쓰레기” 등 비하 발언을 한 민주당 의원을 출당 및 제명시키라고 요구했다. 항의 과정에서 태 의원과 민주당 측 간의 고성, 몸싸움이 오갔고 농성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태 의원은 8일 오전 이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을 찾아 이 대표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태 의원은 전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민주당 측의 원색적 언사를 문제 삼았다. 전일 열린 외교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태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말했고, 이에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등의 거친 반응이 나왔다. 해당 발언은 박영순 민주당 의원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장을 찾은 태 의원은 이 대표에게 항의 서한 전달을 시도했지만 김승남·김원이·신정훈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은 접근을 제지했다. 김원이 의원은 태 의원에게 “쇼하지 말고 얼른 가라”, 김승남 의원은 “쇼하고 싶은 모양인데 당신 지역구 가서 하라”며 막아섰다.
이를 지켜보던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라며 태 의원의 천막으로 들어오게 했다. 이 대표는 “한때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시도하며) 학대하는데 한때 공산당이었던 (태 의원이) 어떻게”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제게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같은 막말을 했다. 어떻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이 대표가 책임지고 박 의원을 출당은 물론 의원직까지 박탈시키라고 요구했다.
태 의원이 격앙된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서 얘기할 게 아니다”라고 태 의원을 천막 밖으로 끌어냈고, 태 의원의 항의는 3분 만에 끝났다. 이 대표 옆을 지키던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빨갱이” “꺼져라” 등 막말을 쏟아내며 충돌에 가세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됐다.
말 눈감도 듣기만 했던 이 대표는 태 의원이 천막을 떠나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태 의원은 이후 농성장 옆에서 박 의원 출당 및 의원직 박탈,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을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낭독했다. 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대답해 주신 건 아무것도 없다”며 “박 의원의 출당 조치는 사무총장, 원내대표가 할 조치가 아니다. 당 대표의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겠다고 고집해서 왔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출당 및 제명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항의를 계속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같이 등떠밀려 나가더라도 또 찾아오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