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부 기관에서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자 애플의 시가총액이 이틀새 2000억 달러(약 260조원) 증발했다. 중국은 정부 기관 외에도 국영 기업 등으로 이 같은 조치를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애플 주가는 중국발 악재에 3% 하락해 이틀 새 주가가 5.1% 가량 빠졌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1%가량 하락했고 애플 협력사들이 주축이 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5% 떨어졌다.
나스닥 대장주로 꼽히는 애플이 휘청하자 다른 빅테크도 긴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OANDA) 선임 시장 분석가는 “애플이 여러 메가캡 테크 주에 영향을 주면서 나스닥이 가라앉고 있다”며 “애플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고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테크 회사들에게도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곳이 아이폰에 모뎀칩 등을 납품하는 칩 제조사 퀄컴이다. 퀄컴은 이날 주가가 7% 하락한 106.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퀄컴 전체 매출의 중국 비중은 이번 분기 기준 6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비중이 높다보니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의회에서 퀄컴이 화웨이에 납품하는 4세대(4G) 통신 칩도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시리즈가 출시되자마자 중국 정부의 아이폰 제재가 이뤄지면서 제재 타이밍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왐시 모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제재가 이뤄진 타이밍이 복합미묘하다”며 다분히 메이트60 흥행을 위한 포석의 의도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일년 동안 판매될 4500만대의 아이폰 중 일부에 해당하는 50만대 판매에만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이폰 제재 효과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