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보복엔 보복…美 "철강에 고율관세" 中 "수출제한 광물 추가"

■미중 수출통제 2R

中매출 높은 애플 판매금지 날벼락

주가 급락하며 시총 254조원 증발

퀄컴 등 테크기업들에도 불똥 우려

바이든정부 관세로 對中 강공모드

中도 광물패권 앞세워 美에 으름장

연합뉴스연합뉴스




첨단 기술의 패권을 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상대 국가를 향한 수출 통제와 맞대응으로 화웨이·애플 등 각국 대표 기업들의 피해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양국은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에도 서로를 향해 겨눈 칼끝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더 정교하게 칼을 다듬는 동시에 감춰둔 무기까지 꺼내 추가 공격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미래 사회 핵심이 되는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경제·안보 및 정치 질서를 포함한 세계 패권을 움켜쥘 수 있는 만큼 양국의 기술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 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애플 주가는 중국발 악재에 3% 하락해 177.56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틀 새 주가가 5.1%가량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1910억 달러(약 254조 원) 빠졌다. 중국이 정부 기관에서의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다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판매 감소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12일 아이폰 15 공개를 앞두고 흥행 기대감을 키우던 애플 입장에서는 기습적인 ‘한 방’을 맞은 셈이다. 특히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60 시리즈가 출시된 직후 아이폰 제재 방침이 나오면서 중국발 타격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내 규제가 강화되면 아이폰 구매에 장벽이 커질 수 있고 화웨이 메이트 60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제재 여파가 애플은 물론, 주요 공급 업체로까지 번질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아이폰에 모뎀칩 등을 납품하는 퀄컴은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번 분기 63%로 추정된다. 미 의회에서 퀄컴이 화웨이에 납품하는 4세대(4G) 칩도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해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다. 애플의 또 다른 칩 부품사인 스카이웍스도 이날 주가가 7% 넘게 빠졌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시장 분석가는 “애플이 성장 과정에서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고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테크 회사들에도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실제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일 년 동안 판매될 4500만 대의 아이폰 중 50만 대 판매에만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이폰 제재 효과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 및 개발 경쟁은 날로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미국은 설계·장비·소재·제조 등 반도체 생태계를 모두 자국과 동맹 국가의 영향력 아래 두고 중국을 통제해왔다. 물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모든 기업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올 7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성명을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일방적 규제를 반복하는 것은 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공급망을 교란하며 중국의 지속적인 보복 확대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추가 규제 자제를 촉구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의 후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의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핵심인 화웨이를 겨냥해 규제 수위를 높이는 등 숨통을 조였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보란 듯이 자체 개발한 7나노 칩 적용 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이런 분위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격에 대응해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3000억 위안(약 54조 7000억 원) 규모의 국영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연구개발(R&D)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쏟아붓는 화웨이는 지난해만 1615억 위안(약 29조 2800억 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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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갈등에 양국은 더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의 철강 과잉 생산을 겨냥해 새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6일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52개 중국산 물품과 77개 코로나19 관련 제품에 대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예외 조치를 12월 31일까지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30일 만료 예정이었으나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를 남겨두며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중국도 자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광물 패권’을 내세워 미국과 우방국에 타격을 입힐 태세다. 중국 상무부는 1~2일 허베이성 슝안신구에서 ‘전국 수출통제 업무회의’를 처음 개최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지난달 반도체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한 후 수출통제 광물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봤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 일정이 끝난 지 불과 나흘 만에 열린 회의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 보복이 가능하다’고 경고한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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