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은행·非은행 아우를 적임자"…AI 경쟁력으로 리딩금융 굳힌다

◆KB금융 차기 회장에 양종희

2016년부터 5년간 손보대표 맡아

그룹 '효자 계열사' 키운 일등공신

M&A 성장 기틀 다진 전략·재무통

KB금융 경영 승계프로그램 결실

신사업으로 성장동력 변화 등 과제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발탁된 데는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를 ‘검증된 리더’라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은행 수익 기반이 약해진 가운데 비은행 부문의 확대 필요성이 커진 만큼 양쪽 경험을 두루 갖춘 베테랑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KB의 당면 과제로 꼽히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AI) 뱅킹’ 시대 안착을 수행하는 데도 양 부회장이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분석이다.



8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양 부회장은 KB금융그룹에서 보기 드문 비은행장 출신 회장이다. 1961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 입행해 20여 년간 은행업 전반에서 경험을 쌓고 2008년 지주로 옮겼다.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을 거치며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으로 거듭났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임원 시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시켰으며 이후 KB손해보험 대표를 맡아 3연임할 정도로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이며 윤종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KB손해보험을 그룹 내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놓은 양 부회장은 비은행 강화를 이끈 일등공신이 됐다. 양종희호(號)의 KB손해보험은 KB금융지주 편입 첫해인 2016년 당기순이익 29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2% 급증, 손보 업계 ‘빅4’ 입지를 굳혔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 3년간 글로벌·보험·디지털·개인고객·자산관리(WM)·중소상공인(SME) 등의 부문장을 두루 맡으면서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하며 그룹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런 치적을 인정받아 1961년생 ‘트로이카(양종희·허인·이동철)’ 중에서 가장 먼저 부회장직에 올랐다. 이에 당시 행장으로 곧바로 이어지던 KB금융의 차기 회장 지형도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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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지난해부터 은행 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점도 이번 선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의 내부 통제 실패 원인을 지배구조로 지목하며 이른바 ‘셀프 연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비은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 지주 회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 부회장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부회장은 윤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갈 역량 있는 최고경영자(CEO) 후보”라며 “지주·은행·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뿐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양 부회장은 “아직은 부회장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 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에게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가 쌓여 있다. KB금융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을 성공적으로 꾸려가는 것이 핵심 과제다. 2조 원 가까이 쏟아부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을 어떻게 정상화시킬지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상반기 해외 법인 실적을 보면 부코핀은행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상반기 순손실은 589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 동력의 무게중심을 은행에서 신사업으로 옮기는 것도 지상 과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 대비 비은행 비중은 KB금융이 약 38%, 신한금융이 약 40%다. 이어 농협금융 약 31%, 하나금융 약 14%, 우리금융 약 9%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그룹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수익,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을 6대4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AI와 빅데이터가 결합하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경쟁 우위도 확보해야 한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빅테크(대형 IT 기업)와의 비대면 금융 경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AI 경쟁력이 곧 생존 키워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은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잘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회추위 초반부터 제기돼왔던 관치금융 우려도 모두 불식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이 2014년 취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해 공을 들였다. 반기 단위로 회장 부회장군을 업데이트하고 내부 부회장들에게는 다양한 직무를 맡기는 한편 이사회 일정에 참여시켜 회추위가 지속해서 관찰하도록 했다. 외부 부회장군은 전문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해 관리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추위에서는 독립성·공정성·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내·외부 후보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선정 프로세스를 운영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KB의 경영 승계 절차를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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