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키아프는 개막전부터 미술계의 우려가 컸다. 미술 시장 침체의 분위기 탓에 세계적인 아트 페어인 프리즈보다는 키아프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개막 후 키아프가 ‘프리즈의 아류’로 남을 것이란 염려는 기우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국 화랑협회는 10일 “키아프2023의 VIP 대상 사전관람(프리뷰)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프리즈2023 관람차 들른 정도련 홍콩M+ 뮤지엄 관장, 구겐하임 빌바오 뮤지엄의 아트 패트론 그룹 등 국내외 미술계 주요 인사들도 많았지만 국내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인 만큼 키아프만을 위해 찾은 인파도 몰렸다. 특히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많은 관람객이 키아프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전시관 앞에 몰려 긴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자산시장 침체기에는 미술품 거래도 크게 줄어든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가의 미술품 수집가들의 매수 흐름은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형 갤러리의 타격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세계 4대 갤러리를 포함한 초대형 갤러리가 모인 프리즈는 성공하겠지만 국내 중소형 갤러리 수백 여 곳이 모여 있는 키아프는 한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던 이유다. 하지만 막상 키아프 전시가 막을 올린 후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은 여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즈를 방문한 이들이 키아프에 들러 평일인 6~8일에도 오후 5시 이후가 되면 키아프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고가 작품 판매 소식은 키아프에서도 들려왔다. 9월부터 뉴욕에 진출한 실험미술 작가군의 인기는 키아프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국제갤러리는 6억 원 이상의 박서보 작품을 첫 날 VIP 프리뷰에서 팔았다. 리안갤러리에서는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 작품이 5억 원 대 후반에 판매됐다. 다수 갤러리에서 전광영, 백남준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거장의 작품이 1억 원 대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다만 프리즈 효과가 사라진 후에도 키아프가 현재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리즈는 키아프와 서울에서 아트페어를 5년간 공동개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그 두 번째 해다. 이와 관련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5년 예정으로)공동 개최되고 있는 키아프와 프리즈의 협력관계(파트너십)는 ‘장기적인 결혼’으로 보고 있다”며 “두 아트페어는 서로 보완적이어야 하며 경쟁 관계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계약이 끝나도 계속 공동개최를 이어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고, 키아프와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