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이하 자니즈)의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 사장이 과거 회사 창업자가 미성년자 연습생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했다.
7일 기자회견에서 후지시마 사장은“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임을 밝혔다. 후지시마 사장은 자니스 사무소의 창업자 고 자니 키타가와의 조카다.
후임 사장은 과거 자니즈 소속 아이돌 그룹 ‘소년대’ 멤버 출신의 연예인인 히가시야마 노리유키다.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히가시야마 신임 사장은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직접 피해를 들은 적은 없었다”면서도 “보고서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자니 키타가와의 성폭력 문제를 피해자들이 뒤늦게 폭로하자 자니즈는 현황 파악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30일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성 착취가 반복됐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자니 키타가와가 1950년대 이후부터 사망하기 직전인 2010년대 중반까지 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가했고, 피해자는 적어도 수백 명에 이른다는 증언을 여러 명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자니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는 이미 1999년 주간지에 의해 보도되는 등 과거부터 공공연한 소문으로 떠돌았다. 하지만 이 보도가 사회 문제화되지 않았다. 쟈니스가 ‘제국’으로 불리며 일본 방송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이 문제가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이어 지난 4월 자니즈 사무소 출신 가수인 가우안 오카모토가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에 피해자 여러명이 합세하면서 키타가와의 성폭력 파문이 확산했다.
자니즈 사무소의 초대 사장인 자니 키타가와는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여럿 키워냈다. 2019년 사망한 그는 생전에 다수의 동성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