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가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파트너로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 특히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우리 기업이 인프라 개발 사업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우주, 첨단 제조, 방산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올해 수교 50주년인 인도는 자유·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연대 위에서 공고한 협력의 틀을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의 인태 전략과 인도 ‘인태 구상’의 조화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규칙 기반 질서를 위해 함께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5월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확대정상회의 양자 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디지털 그린 투자 △교역 확대 △첨단 과학기술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한층 넓힐 계획이다.
우선 한국 기업의 인도 현지 인프라 개발 사업 참여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연내 40억 달러(약 5조 3500억 원) 한도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 약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연평균 70% 이상 성장 중인 인도의 스마트시티, 디지털 그린 프로젝트 등 고부가가치 인프라 개발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늘릴 예정이다. 일종의 차관을 지원하고 대신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 확대를 조건으로 명시하는 방식이다.
교역 확대에도 나선다. 인도는 한국의 열한 번째 교역국이다.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2015년 협상 개시 후 8년째 진행 중이다. 인도는 한·인도 CEPA가 2010년 발효된 후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추가 개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양국 정상은 또 인도의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의견을 공유했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 2.0’으로 불리는 제조업 부흥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부품·소재의 수입의존도는 낮추고 투자를 유치해 자체 생산력을 확충하고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인도는 이를 위해 지난달 노트북·태블릿PC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도입했고 통관·반덤핑 세이프가드 등의 수입규제 조치를 본격 발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는 제도와 관행은 바로잡고 규범에 입각한 무역 질서가 확립돼야 한다”며 인도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인도 현지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 역시 늘린다. 디지털 산업과 전기차·수소 등 그린 산업 분야로 협력 대상을 다변화한다.
인도가 강점을 가진 우주 분야도 협력한다. 우주항공청은 인도의 우주청과 우주탐사, 위성항법시스템(GPS), 인공위성, 정보 활용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와 연구 인력 교류를 추진한다. 국내 스타트업 역시 인도 진출길이 넓어진다. 세계 1위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제3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국은 ‘ICT 정책협의회’ ‘5G 포럼’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한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뉴델리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한·인도 소프트웨어상생협력센터’를 통해 우리 스타트업의 인도 진출을 지원한다. 방산 분야에서는 K-9 자주포 2차 사업 등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협력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글로벌 공조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