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K스포츠재단이 삼성 계열사들에 총 50억원의 출연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K스포츠재단이 제일기획과 삼성생명을 상대로 각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최근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또 같은 법원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K스포츠재단이 에스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 판결이 확정되면 K스포츠재단은 제일기획, 삼성생명, 에스원에 출연금 각각 10억원, 30억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재판부는 "K스포츠재단은 기업들에 '한국 스포츠 위상 강화' 등을 설립 목적으로 안내했으나, 실제로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수익을 위해 설립됐고 그 과정에 공무원의 직무상 범죄가 개입됐다"며 "기업들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고 재단의 표면적인 설립 목적과 사업 내용만을 고려해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출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립 자체에 현저하게 위법했다는 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5년 10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함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박 전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설립 전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직접 문화·체육 관련 재단법인 설립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대기업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재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K스포츠재단이 2015년 12월 설립됐고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들에 출연금 납입을 요청했다. 기업들은 총 288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국정농단 사태 속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3월 재단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제일기획 등 삼성 계열사 3곳은 2019년 8월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반환을 요청했고 재단은 작년 11월 반환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