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합법 여부를 판가름할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한방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초음파에 이어 지난달 뇌파측정기기(뇌파계)마저 대법원이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주자 의사단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끝까지 가겠다"며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고, 대한한의사협회는 "양의사들이 자중해야 할 시기"라며 맞불을 놨다.
의협은 11일 오전 의협회관 대회의실에서 '한의사 초음파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들의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사법부를 향해 "한의사들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접적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한의사 A씨가 2010년 3월~2012년 6월까지 약 2년 여간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자궁내막증식증을 앓고 있던 환자 B씨의 신체 내부 촬영, 자궁 내막 상태 확인 등의 진료를 한 혐의로 기소된 데서 비롯됐다. A씨는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검사를 시행하고 한약 처방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좀처럼 병에 차도가 보이지 않자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그제서야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자궁내막암 2기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과 2심은 2016년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80만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2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내면서 변수가 생겼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 제작된 것으로 의사만이 독점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의사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한의학적 이론이나 원리 응용 또는 적용을 하는지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오는 14일 오후 2시다. 파기환송심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의협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으며,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파기환송심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이필수 의협 회장은 "재판부가 대법원 결정을 그대로 따라 한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 추가적인 사법 대응에 나서겠다"고 못박았다. 만일 의료계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끝까지 대응하는 게 전문가단체로서의 의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사안이나 대응 방향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의협이 이기면 대한한의사협회도 재상고할 것"이라며 "법무법인 등 법률 전문가들과 논의하면서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