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전기료 '찔끔 인상'에 한전채로 돌려막기…하루 이자만 120억

[한전 부채 206조]

◆ 올 이자비용 전망 4.4조로 급증

부채비율 전망치 577%까지 급등

작년 예상보다 매일 39억씩 더내

경기 북부 옛 사옥 매각 실패 등

자산처분 통한 유동성 확보 한계

정산단가도 치솟아 손실 더 커질듯





지난해 말 정부는 국회에 “한국전력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2023년 ㎾h당 51.6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달랐다. 1분기 전기료를 ㎾h당 13.1원 올리며 한전 정상화에 본격 시동을 거는 듯했던 정부는 2분기에 8.0원 올리는 데 그쳤고 3분기에는 아예 동결시켰다. 국회에 보고한 ‘㎾h당 51.6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4분기 30.5원 올려야 하지만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전기료를 단 1원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심 눈치에 전기료 인상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그사이 한전의 재무 전망은 한층 악화했다.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이달 초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부채(연결 기준)가 205조 8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한 올해 부채 전망치 181조 5432억 원보다 약 24조 3000억 원 늘었다.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부채비율 전망치는 577%로 1년 새 185.7%포인트 급등했다.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나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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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지출이 불어난 영향이 컸다. 한전은 올해 이자 비용을 4조 3922억 원(하루 평균 120억 원)으로 전망했다. 1년 전 전망치(2조 9716억 원, 하루 평균 81억 원)보다 1조 4206억 원 많다. 1년 전 한전의 예상보다 이자로만 매일 39억 원씩 추가로 새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료 인상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한전은 채권 발행에 의존해 투자 자금을 주로 조달한다. 올해 상반기 발행 규모만 11조 4000억 원이 넘는다. 그 결과 올해 한전채 발행 잔액은 80조 2935억 원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상환해야 할 금액만 80조 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내년에는 이런 돌려막기조차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한전은 법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 한전은 6조 3285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는데 그만큼 적립금이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쪼그라든다. 가령 한전의 올해 손실 예상치를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약 20조 9000억 원)에 대입하면 내년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약 14조 5700억 원, 한전채 발행 한도는 이것의 5배인 72조 8575억 원이 된다. 올해 회사채 발행 잔액 전망치가 내년 한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한전의 차입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하지만 결국 전기료 인상이라는 근본적 대책 없이는 한전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말 법 개정을 통해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더 빨리 불어나는 탓에 한도를 넘길 위기에 또 봉착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지난해 한전이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며 5년간 14조 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이 변해 계획한 만큼 돈이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고 실제 현금을 쥐게 되는 데는 상당 기간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은 경기북부 옛 사옥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했다.

손실 규모가 전망보다 더 커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평균 정산 단가는 7월 ㎾h당 145.61원으로 5월(118.46원)과 6월(125.82원)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평균 정산 단가는 한전이 거래소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도매가격이다. 사들이는 가격은 다시 꿈틀대는데 전기료 인상은 속도가 나지 않으니 한전의 ‘역마진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4분기 전기료는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올라 다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전의 자산 매각 속도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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