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암을 잡는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을 다각화해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초격차’ 굳히기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뿐만 아니라 유망 기술을 갖춘 기업과 협력하며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일 삼성물산(028260)과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기술력을 보유한 에임드바이오에 지분 투자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2018년 설립된 에임드바이오는 삼성의료원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에임드바이오는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유전학적 정보 분석, 환자 유래 실험 모델 등을 활용하고 있다.
에임드바이오는 현재까지 3개의 후보 물질에 대해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AMB302’는 악성 뇌종양과 방광암에 대한 FGFR3 타깃의 ADC 혁신신약 후보 물질로 내년부터 임상 1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에임드바이오는 해외 ADC 기술 개발사들과 협업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임드바이오와 ADC의 생산·개발을 위한 연구 전반에 대해 협력하고 단일 항체 기반 아토피·치매 치료제의 위탁개발(CDO) 과제도 수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세대 의약품 모달리티로 떠오르고 있는 ADC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펀드를 통해 스위스 ADC 개발 기업인 아라리스에 지분 투자 했다. 아라리스는 항원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의 유전자 변형 없이 특정 부위에 치료 효과를 지닌 약물을 부착할 수 있는 3세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DC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만큼 CDMO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025년부터 ADC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ADC TF’도 꾸렸다. TF 규모는 10여 명으로 구영한 상무, 김수성 그룹장 등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출신 구 상무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지먼트(EPM)’ 경력이 있는 김 그룹장 등을 전면에 내세워 설비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해당 TF는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 정식 조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2021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출자한 1500억 원에 올 1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자한 200억 원이 더해져 1700억 원 규모로 운영 중이다. 삼성은 글로벌 바이오 핵심 기술 육성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지난해 3월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재규어진테라피, 같은 해 5월 미국 나노 입자 약물전달체 개발사 센다 바이오사이언스 등에 투자했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선진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투자 뿐만 아니라 공동 연구, CDO 계약 등 다각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