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3일 개각과 당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 주요 인사의 보직을 유지하면서도 차기 총재 선거에 대비한 견제 장치를 강화했다. 내각 각료 19명 중 11명이 첫 입각이며 여성 각료는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어 역대 최다가 될 전망이다.
13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당 임원 인사를 결정하고, 임시 각의에서 각료들의 사표를 받아 오후 개각을 단행해 제2차 기시다 내각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윤곽을 드러낸 당 인사에서 기시다 총리가 선택한 것은 ‘안정’이다. 집권 자민당에서 아베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파벌의 수장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재임하고, 당내 세 번째 파벌을 이끄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의 유임도 결정됐다. 당내 네 번째 파벌의 회장인 기시다 총리가 기존처럼 아소·모테기파와 연대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파 소속인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은 직책을 유지하고, 모리야마 히로시 선거대책위원장은 총무회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오부치 유코 중의원(하원) 의원의 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이다. 이 직책은 당 4대 요직(당 4역) 중 하나다. 현재 49세인 오부치 유코 의원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유명한 오부치 게이조(1937∼2000) 전 총리의 차녀다. 총리 재임 도중 갑자기 별세한 아버지의 지역구(군마현 제5구)를 물려받아 26세 때인 2000년 정계에 입문해 내리 8선에 성공했다.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때인 2014년 중요 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수장을 맡았으나 자신이 관여한 정치 단체의 허위 회계 의혹으로 두 달도 채 안 돼 물러났다.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차기 총재 선거 라이벌이자 ‘포스트 기시다’로 언급되는 모테기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오부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테기파 소속인 오부치 의원은 파벌 내 또 다른 유력 주자로 꼽힌다. 모테기파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 원로들이 모테기 간사장보다 오부치 의원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내년 9월 당 총재 선거에 주력하는 기시다 총리가 경쟁자의 출마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경쟁자의 경쟁자에 힘을 실어주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민당 총재는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아사히신문은 모테기파 출신 인사의 말을 인용해 “모테기 간사장이 파벌의 회장이 된 게 간사장 취임 이후로 아직 파벌 내 기반이 단단하지 않다”며 “지금도 ‘자기 파벌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사람이 총재 선거에 나가 이길 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새어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고노 다로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사이토 데츠오 국토교통상 등 6명이 유임되는 가운데 가미카와 요코 전 법상이 외무상으로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본 정부에서 사용하는 ‘처리수’가 아닌 ‘오염수’로 불렀다가 총리 지시로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한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 대신 미야시타 이치로 중의원 의원이 입각하고, 기하라 미노루 중의원 의원이 방위상을 맡는 등 11명이 새로 장관직에 오른다. 한편, 여성 각료의 입각은 총 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