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비롯해 은행권에서 연 4%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대규모 고금리 예금의 만기 도래와 더불어 은행채 금리 상승,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 등에 따른 시중은행 간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12개월 이상 만기 ‘코드K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연 3.8%에서 연 4.0%로 0.2%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6개월 이상 만기 상품의 금리는 0.5%포인트 높은 연 3.9%로 결정됐다. 이 상품의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것은 올 1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최근 연 3%대에 머물렀던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연 4.15%)’,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연 4.1%)’,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연 4.05%)’,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연 4.02%)’ 등이 우대금리를 포함해 4%대 금리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권에 유입됐던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대거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시중은행도 수신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시중은행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년 만기 고금리 예적금을 공격적으로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2023년 7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 예적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에는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11조 8000억 원, 8조 4000억 원가량의 돈이 추가로 몰렸다.
시중은행의 금리 경쟁 여파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려 2금융권과의 금리 차가 줄어들면 2금융권의 금리 경쟁력이 약화돼 수신 자금 유치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채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50년 주택담보대출 만기 등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자금 조달 경쟁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