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고령자를 ‘생산’의 주체로 보고 일할 기회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제4회 리워크컨퍼런스’에서 이영민 숙명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일본의 고령 인력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무엇보다도 노인을 ‘소비층’이나 ‘부양 대상’이 아닌, 경제활동의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고령 사회를 맞은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해왔다. 이 교수는 고령자 일자리의 현주소를 읽기 위해 일본의 계속고용 대표 사례인 건설장비 제조업체 ‘가토 제작소’와 전자기기 판매 그룹 ‘노지마’를 방문했다.
가토 제작소는 고령자 고용이 국가·사회·지역에 기여하고 기업의 경영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기술 강소기업으로 전체 직원의 약 44%가 60세 이상인 ‘초고령 기업’이다. 이곳에서 고령 인력은 제품 생산과 부품 제조 등을 담당한다. 이 교수는 “가토 제작소에서는 고령 직원이 청년 직원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높은 책임감으로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었다”며 “고령자를 단순히 생산성의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고령자 숙련 기술 전수의 성과는 서비스직까지 이어졌다.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노지마는 정년이 80세다. 이 교수는 “노지마의 인사 담당자를 통해 고령 판매원의 성실함과 자상함이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이들의 숙련 노하우를 젊은 직원에게 전수하는 것이 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며 “고령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사기를 진작하는 것은 초고령 사회에 필수”라고 말했다.
일본은 고령자 채용을 인력난을 해결할 핵심 인력 자원이자 세대 간 기술 전수를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보고, 능력이 된다면 법적 정년과 상관없이 계속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교수는 “우리도 계속고용의 기회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정년연장·폐지를 위한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환 방향에 대해 “정부 재정 투입 중심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민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연령 친화적 조직문화 구축을 과제로 삼고, 인사 관행을 혁신해 세대공존형 통합 인사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는 고령 친화 컨설팅과 계속고용 장려금을 확대 제공해 기업의 고령자 고용 여력을 높일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