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고령층을 제외한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만 6000명 줄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고용도 8개월째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7만 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만 8000명 늘었다. 증가 폭은 올 7월(21만 1000명)보다 확대됐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전월보다 커진 것은 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9.6%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8월 기준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15세 이상 고용률(63.1%)도 1982년 이후 8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률은 2.0%로 1999년 이후 8월 기준 최저치다.
얼핏 보면 고용 여건이 호조세로 보이지만 공공일자리가 대부분인 고령층을 걷어내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 60세 이상 고령층을 빼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만 6000명 줄었다. 특히 청년층(15~29세)이 10만 3000명 줄며 10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경제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도 6만 9000명 줄며 14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0만 4000명 늘었다.
제조업 고용 동향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446만 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9000명 줄었다. 올 4월(-9만 7000명) 이후 최대 낙폭으로 감소세는 올 1월(-3만 5000명)부터 8개월째 이어졌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청년층 고용 활력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 중 ‘쉬었음’ 인구는 40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 3000명(5.9%) 늘었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치료·육아 등 구체적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올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구직 기회가 줄고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기다리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특히 올 하반기 대기업 채용이 변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27곳 중 64.6%는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수립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조업·건설업 고용 부진 등이 취업자 수 증가의 하방 리스크”라며 “올 하반기 대기업 신규 채용 계획 및 규모 감소 등은 20~30대 취업자 수 증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다음달 일자리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지역별 여건 및 수요에 맞춰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층 고용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 신규 진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일자리전담반 제9차 회의’에서 “청년층 고용 상황을 지속 점검하며 필요 시 원활한 노동시장 전입 지원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역별 빈일자리 해소 방안’은 향후 지방자치단체 협의 등을 거쳐 다음 달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