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된 유인촌(72) 후보자는 14일 오전 10시 15분께 서울 종로구 모처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했다. 당초 공지되기는 오전 10시 도착이라고 했지만 다소 늦었다. 검은색 운동복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 그는 “중간에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 후보자는 “오전 9시 30분에 서울 성수동 집에서 출발해 40~45분 걸렸다. 아침 운동으로 딱 좋은 거리”라며 계속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거냐는 질문에는 “청문회 기간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언론의 관심은 유 후보자를 ‘물귀신’처럼 따라 다시는 블랙리스트 이슈에 쏠렸다. 2008년 이명박(MB)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후보자는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제가 임명이 된다면 그런(블랙리스트) 문제를 다시 한번 잘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의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해 “(예술계와) 대립적인 관계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그런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자는 이어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에 대해 대립적으로 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태로) 밖에서 볼 때 문체부 공무원들 또는 지원기관에 근무한 직원들의 경우 상당한 피해가 있는 거로 생각한다. 그들도 어떤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또 (블랙리스트) 얘기가 나온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리를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앞서 다른 여러 인터뷰에서 ‘국가 예산으로 국익에 반하는 작품에 지원할 수 있겠냐’고 본인이 언급을 한 데 대해서는 “우리 지원 정책은 벌써 몇십 년 전부터 하던 일을, 지금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거의 비슷하게 계속 흘러왔다”며 “저한테 주어진 시간만큼 완전히 새롭게 한번 다시 바꾸고 고쳐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장관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에 대해선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문체부 장관인 박보균 장관이 정권의 요구에 잘 맞추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줄곧 나왔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장관으로 취임한 때가 15년 전이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문화정책, 지원, 지역문화 균형 발전에서 일부분은 변화했지만 크게 변화하진 않았다”며 “(자신을 임명한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해 국민의 문화 복지, 예술가 지원 정책을 이 정부에 맞게 새롭게 잘 다듬어보란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 복귀에 대해 “공직을 하는 동안 배우로서의 활동이 거의 중지됐다”며 “예전처럼 나서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았다. 현장을 떠나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제가 적은 나이가 아니니 우리 문화예술 현장을 좋게 만들어보라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문체부 당면 현안에 대해 “문화 얘기를 하기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며 “문화를 통해 전체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면 정책적으로 좀 더 새로운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3년간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는 문체부 역대 최장 임기 장관으로 기록돼 있다. 전공인 연극계로 돌아갔다가 지난 7월 대통령 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으로 복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