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지자체가 '규제특례' 직접 설계…5개 광역시엔 지방판 '판교밸리' 조성

■지방 분권형 4대 특구 도입

기회발전특구 시도별 1곳씩 지정

소득·법인세 감면 등 10가지 혜택

도심융합특구선 고밀도 개발 허용

13개 문화특구, 최대 200억 지원

수도권-지방 인구격차에 특단조치

"총선 의식·수도권 역차별"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마무리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마무리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외국인투자지역·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연구개발특구·기업도시·지역특화발전특구.



역대 정부는 지방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수많은 특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경제·교육·문화 등의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7년 49.6%에서 지난해 50.5%로 올라섰고 2021년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시·군·구 89곳 가운데 85곳이 비수도권이었다.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폐교된 전국 초중고 152개교 가운데 131개교는 비수도권에 위치했다. 경기·서울이 각각 3.7%(2020년 대비 2021년 성장률), 2.2% 성장하는 동안 부산(-0.6%)·울산(-1.6%)·경남(-1.8%)은 역성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지역 격차 문제가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진 균형 발전 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방분권 당사자인 지역의 목소리가 배제됐고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도 미미해 특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계하는 분권형 4대 특구를 도입하고, 중앙정부는 특구가 지역 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규제를 풀고 재정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지방시대 구현 전략을 다시 짰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14일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회발전특구가 지방정부 주도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부터 서울 여의도 면적만 한 후보지를 선정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특구로 지정된다. 위원회가 각 시도에 기회발전특구 1곳씩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지자체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최적인 부지를 찾기 위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자체가 규제 특례를 직접 설계하도록 허용했다는 점은 이번 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파격적인 변화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정한 규제 특례에 따라야 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신청하면 위원회 심의·의결 후 해당 규제에 대한 특례를 부여한다. 정부는 신속 확인, 실증특례, 임시 허가 등 규제 혁신 3종 세트를 지원하고 특례 불허 시 소관 부처가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기회발전특구 입주 기업은 10여 개의 세제·지원 혜택을 받는다. 우선 수도권 기업이 수도권 부동산을 처분하고 특구에 입주하면서 부동산을 취득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법인세 과세를 취득 부동산 처분 시점까지 이연해준다. 특구 내에서 창업을 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한 기업에는 소득·법인세를 5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준다. 특구로 이전하거나 창업한 기업에 부동산 취득세를 완전 면제해주고 개발부담금 역시 100% 감면한다. 특구 이전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사후 관리 요건 중 ‘업종 변경 제한’과 ‘상속인의 대표이사 종사 의무’를 폐지해 상속세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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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발전특구의 정주 여건도 개선된다. 특구에 입주한 기업 근로자들에게는 민영주택 10%를 특별공급해준다. 특구를 농어촌 주택 특례 소재지에 포함시켜 특구 내 주택 1채를 구입해 3년 이상 보유하고 해당 주택 취득 전 보유한 일반 주택을 양도하면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해준다. 특구 내 초중고 설립을 지원해 교육 고민도 덜어준다.

기회발전특구와 함께 지방시대 구현의 쌍두마차로 평가받는 교육자유특구 역시 상향식으로 운영된다. 지자체·교육청·대학이 지역 공교육 발전과 지역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면 교육부가 특구로 지정해준다.

도심융합특구는 입지 규제 최소 구역으로 지정돼 도시·건축 규제가 파격적으로 완화된다. 기존에 도시 외곽에 추진됐던 지역 개발에서 벗어나 KTX·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의 고밀도 복합개발을 허용해 비수도권에도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올 하반기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앞서 선도 사업지로 선정된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된다.

12월에는 7개 권역별로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13개 문화특구(대한민국 문화도시)가 지정된다. 문화 프로그램 개발과 문화 공간 조성 등에 3년간 도시별로 최대 200억 원이 지원된다. 내년에는 지방 공연 예술 단체와 지역 공연·전시의 창작·제작·유통에 총 490억 원을 투입해 지역 문화 활성화와 지방 예술계의 자생력 강화를 유도한다.

이 밖에 지방시대위원회는 2030년까지 디지털혁신지구를 5개 이상 조성해 지방에 디지털 핵심 거점을 마련한다. 디지털학과 전공자의 50% 이상을 배출하는 지방대학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소프트웨어(SW) 중심 대학을 2022년 44개교에서 2027년 100개교로 확대한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시도별로 인센티브나 기업을 유치하고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이번 정책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 풀기에 나서면서 정작 수도권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는 자칫 발목이 잡힐 수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잡힌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방 민심 잡기용으로 이번 지방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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