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며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야당은 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같은 날 단행된 윤석열 정부의 ‘2차 개각’도 ‘묻지 마’식 인사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기한인 전날까지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여야는 전날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방 후보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같이 인사청문회 전부터 야당의 거센 반대가 예상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로서는 방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방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들이 부실한 데다 청문회 때 답변도 미진한 점이 많아 여야 간사 간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 요청 기간 내에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방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되는 17번째 장관급 공직자가 된다.
문제는 전날 발표된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도 각종 논란으로 인해 벌써부터 청문보고서 채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퇴행적 인사’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개각과 동시에 관심과 기대가 아닌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대한민국을 어두운 과거로 되돌려 끌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인사는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번 개각은 민심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묻지 마 개각’”이라며 “이념 전쟁의 선봉장이 될 만한 강경파를 긴급히 수혈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