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4대 특구를 앞세워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늦어지면서 반쪽짜리 균형 발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시대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이 빠진 배경에 대해 “지방시대는 먹고사는 문제인 만큼 경제에 초점을 맞춰서 전략을 선정했다”며 “공공기관 이전은 국정과제여서 이번 정책에 넣지 않았지만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 120대 국정과제에 지방 이전 정책이 포함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전 대상인 공공기관이 500개가 넘는다면서 애초 올해 상반기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가 현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올 6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발전과 고용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 유치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선정 결과에 따라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리고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유치를 기대했던 지역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07년 전국에 지정된 10개의 혁신도시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나주시는 인구 5만 명의 자족형 독립 신도시를 목표로 건설됐으나 한국전력 본사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6개 공기업과 기관이 들어온 후 추가 이전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법 개정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하면서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자체들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부단체 인사권과 조직 개편 권한 이양도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지자체장들은 광역자치단체 부시장·부지사·기획조정실장 등 1·2급 인사를 시장과 도지사가 임명하고 행정안전부 승인 없이 조직을 개편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가 반대하면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