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아트와 열매컴퍼니에 이어 테사·서울옥션블루 등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잇달아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을 연기하면서 첫 조각투자 상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미술품 같은 실물자산 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연내 출시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인 테사와 서울옥션블루의 소투는 각각 작품 감정평가와 회계감사 지연, 미술품 선정 난항 등의 이유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을 다음 달로 미루기로 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인 스탁키퍼도 한우 지분을 쪼개는 단위와 증권신고서 형식 등 추가 협의를 금감원과 하고 있다. 다음 달께나 신고서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1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노렸던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투게더아트와 열매컴퍼니도 최근 증권신고서 제출을 자진 철회·연기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논의 중인 기업들 외에 다른 조각투자 업체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받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일정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사업에 공동 투자하고 사업 손익을 받는 구조다. 상품 출시 지연은 조각투자 업체들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양식 제출에 필요한 요건을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작품의 수 자체가 적어 객관적인 가격 선정이 어렵다. 미술품 조각은 유통 과정에서 훼손·분실·도난되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어렵고 가격 산정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이 우려되는 데 비해 관련 보호 장치 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인 스탁키퍼는 가격 산정과 투자자 보호 문제보다는 증권신고서 양식 자체를 바꿔야 해서 상품 출시가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국이 상품 출시 홍보에만 열을 올렸을 뿐 사전 준비와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조각투자 업체들이 8~9월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제출해 이르면 9월 말 조각투자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역시 연내 조각투자 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할 방침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 업체들의 가격 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품 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특히 미술품은 감정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의 수가 적어 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