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문한 대구 영남대학교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3~5미터의 태양광 모듈 아래 대파와 벼가 재배되고 있는 특이한 광경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모든 모듈은 농경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고, 모듈 간 구조 역시 농기계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철거가 용이하게 구성됐다. 직접 단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최대 광량인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잉여 태양 빛이 전력 생산에 사용돼 경작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 가능한 ‘영농형 태양광’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은 2019년 영농형 태양광 연구 및 실증 과제를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총 100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구역에 따라 일반형, 수직형, 협소형 모듈이 설치돼 있어 각 방식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표준화하기 위한 국책과제가 한창 진행 중이다. 3000평(영농형 모듈이 설치된 면적은 590평) 규모의 실증단지에서 작년에 생산된 전력은 총 130MWh(메가와트아워)로, 이는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140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연구진들은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들의 소득 및 생활 증진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작물과 친환경 전력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농민들의 부대 수익이 늘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고 말했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의 자기소유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여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할 경우, 같은 면적의 농지에서 벼농사만 지을 때의 수익인 160만 원의 최대 6배에 달하는 986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지를 훼손하고 수확률도 저하시킨다는 부정적 여론과 달리 농민들의 소득 및 생활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정 교수는 “실험 결과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의 대파, 밀, 배추 수확량은 일반 농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일부 작물의 경우에는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인한 식물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폭염, 폭우 등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험결과에 따르면 영남대 내 과수원에서 영농형 태양광 아래 농지의 포도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125%로 증가했다. 모듈에 LED 광원 적용 및 빗물 순환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농업’을 적용해 실험한 결과에서는 일반 농지 대비 보리 수확량이 117.5%, 대파 수확량은 138% 늘어나기도 했다.
실증단지를 둘러보니, 수 많은 모듈 가운데도 한화큐셀이 제작한 작은 크기의 영농형 최적화 협소형 모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일반 태양광 모듈 대비 면적이 52%, 가로 폭은 67% 수준으로 작게 만들어졌는데, 이로 인해 음영이 감소해 하부 작물 광합성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우수량도 60% 수준으로 감소한다. 발전량도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형 영농형 태양광의 연간 총 발전량이 1만 2987와트인데 반해 협소형 영농형 태양광은 이보다 28.5% 높은 1만 6689와트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친환경 모듈을 지속 공급하며 농촌을 이롭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며 “현재 계류중인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관련 법안도 빨리 통과돼 넷제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