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주목받았던 ‘영농형 태양광’이 농지법 규제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발전을 병행할 수 있어 저소득 농가의 돌파구로 도입됐지만 현행법에 가로막혀 철거될 처지에 몰린 것이다.
17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농지의 농업용도 외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이 2020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벌써 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태양광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그 허가 기간을 최장 8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태양광 패널의 강제 철거가 불가피하다.
심지어 올 7월에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FIT)제도가 일몰로 종료되면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더욱 위기에 몰렸다. FIT제도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제도로 소규모 태양광 보급 확대를 이끌었다.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태양광 사업이 농지를 훼손하고 수확량도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실증 결과는 다르다.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재학 교수는 “실증 결과 대파·밀·배추 수확량은 일반 농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일부 작물의 경우에는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인한 식물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폭염·폭우 등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 농가에 수익 모델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약 2150㎡의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발전과 벼농사와 병행할 경우 벼농사만 지을 때 수익(160만 원)보다 최대 6배에 달하는 986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 경제 활성화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친환경 모듈을 계속 공급해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