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부족하게 걷힌 세수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 부진과 자산시장 침체로 결손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결국 세수를 재추계해 이번 주초 발표한다. 결손 규모는 60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급이다. 그나마 2021년과 2022년에는 세금을 더 걷다 보니 정부가 머쓱하기는 해도 여유가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역대급 세수 결손에 당황한 기재부는 세계잉여금(지난해 쓰고 남은 돈), 불용(편성한 예산을 안 쓰는 것), 기금 활용 등 부족한 세수를 메울 대책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를 메우는 가장 손쉬운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추경은 없다”고 여러 차례 선을 긋고 있다.
반대로 야당은 추경 카드를 동원해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초 난방비 추경에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6월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35조 원 추경을 제안한 뒤 수해가 발생하자 또다시 추경을 주장했다. 야당에서는 세금이 덜 걷혀도 추경을 할 수 있게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까지 서두르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가 추경 편성에 나서지 않으면 ‘민생 경제’ 프레임을 선점하고 추경이 가시화하면 “야당 주장이 관철됐다”고 주장할 수 있어 ‘꽃놀이패’인 셈이다. 지금 여당도 야당 시절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권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정부가 추경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히 높다. 선거 국면에서 추경이 늘 여야의 표심 경쟁 카드로 쓰여온 탓이다. 16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 19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원을 하자마자 추경을 처리했다. 특히 전임 정부에서는 선거 전 추경 집행 결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 연말에는 강력한 ‘곳간 지킴이’ 추 경제부총리마저 국회로 돌아간다. 겨울 찬바람과 함께 추경 바람이 본예산 처리와 맞물려 불기 시작하면 여야의 셈이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4월 총선 직전 ‘현금 살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추경을 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공식이 이번에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과 조사한 여론조사(8월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 명 대상)를 보면 돈 풀기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뚜렷해지고 있다. ‘추경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9.3%, ‘찬성’은 39.8%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고정 지지층이 몰려 있는 30대에서 60.5%가 추경에 반대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도 추 부총리가 “추경은 없다”고 버티는 이유다. ‘총선=추경’ 공식은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 민주당도 여론조사 내용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꼭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