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silver)’는 글자 그대로 ‘은(銀)’이나 ‘은색’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노인이나 어르신·노년을 지칭하는 말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고령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실버 등의 외국어·외래어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실버 서퍼’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실버’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서퍼(surfer)’가 합쳐진 단어다. 국립국어원은 이에 대해 ‘디지털 친화 어르신’이라는 순화어를 제시한 상태다. 또 ‘실버 푸어’는 노후 준비를 못해 퇴직 후 바로 빈곤층에 진입하는 사람 또는 그런 세대를 일컫는 말인데 ‘노년 빈곤층’이나 ‘노후 빈곤층’이라고 순화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이외에도 ‘실버 산업’은 ‘고령 산업’이나 ‘은퇴 사업’으로, 베이비 시터(sitter)에서 파생돼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편한 노인을 도와주는 ‘실버 시터’는 ‘어르신 도우미’나 ‘경로 도우미’로, ‘실버타운’은 ‘은퇴(자)마을’ ‘경로 마을’ ‘고령자 마을’ 등으로 쓰면 의미 전달이 더 확실하지 않을까 한다.
실버라는 글자가 노인이나 노년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는 것은 머리가 하얗게 세어 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노인들을 표현하는 말에 실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 능력이 저하돼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으로 ‘에이징 커브’라는 영어 표현을 쓰는데 ‘노화 곡선’이라는 쉬운 우리말이 제시돼 있다. 노인이나 환자 등에 특별한 영양 공급을 제공한다는 ‘케어 푸드’는 ‘돌봄 음식’이 듣기에 편하다.
‘경로’나 ‘노인’보다 활동적 측면을 강조한다면서 ‘시니어’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한다. 이를 테면 ‘액티브 시니어’는 ‘활동적 장년’이, ‘시니어 클럽’은 ‘어르신 모임’이나 ‘어르신 동아리’가 순화어다. 아파트 등에 있는 경로당을 최근 ‘시니어 하우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데 혹 이런 ‘경로당’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인식이라면 더 좋고 쉬운 우리말을 찾는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