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투폴레프 폭격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러시아군의 전략 무기를 시찰했다. 러시아가 김 위원장에게 선보인 전략무기에는 전략폭격기인 ‘투폴레프’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칼리브르’ 등이 포함됐다.



투폴레프 폭격기는 Tu-160(나토명 블랙잭), Tu-95(베어), Tu-22M3(백파이어) 등으로 모두 핵무기를 탑재하고 장거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추가 주유 없이)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Tu-160은 초음속 가변익 전략폭격기로 최대 속력은 마하 2.05, 항속거리는 1만 2300㎞에 달한다. 사실상 전 세계 어디든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무력 수단이다. 생김새가 백조와 유사하고 기체 전체가 흰색으로 도색돼 ‘백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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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95는 냉전 초기에 개발된 구형 프로펠러 폭격기지만 Tu-150보다 항속거리(1만 5000㎞)가 길고 안전성 신뢰도가 높아 현재까지도 러시아 공군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 진입해 긴장을 고조시킬 때 주로 동원하는 폭격기가 바로 Tu-95다.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 정상이 일본 도쿄에 모여 중국 견제 메시지를 발신한 2022년 5월 24일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으로 카디즈를 침공해 무력시위를 할 때도 동원됐다. Tu-22M3는 항속거리가 6800㎞인 중거리 폭격기로 대함 공격 임무나 전술폭격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에 위협적인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주로 운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핵 투발 수단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잠수함과 지상 이외에 공중에서의 핵 투발 수단까지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 미국이 한반도에 B-1B나 B-52를 전개하듯이 러시아도 폭격기를 동원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과 무기 거래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압도적 군사력 확보와 한미 동맹의 실질적 강화 등으로 도발 의지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김능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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