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은 단순한 계약관계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보건의료 협력 증진을 넘어 제2, 제3의 의료 기술수출 성과를 내기 위한 디딤돌 역할도 해야 하죠. 정년 말미에 찾아온 SKSH 원장직을 마지막 봉사 기회라 여기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로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이정열 SKSH 신임 원장은 18일 서울경제와 화상 인터뷰에서 “SKSH 3기 운영 재계약 체결을 목표로 위기설을 잠재우고 병원 역량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병원장은 1990년 모교인 서울대병원에서 전임의로 시작해 30년 동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1년 8월 정년퇴임했다. 서울대병원을 떠난지 2년만에 UAE 파견직으로 러브콜을 받았다. 이 원장은 “퇴임 후 맡겨진 국군대전병원장 자리를 마지막이라 여기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데 주력하던 찰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는 마음에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일단 결심이 서자 그 다음부터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그 길로 배우자와 함께 짐을 꾸려 UAE행 비행기에 올랐고 현지에 짐을 푼지 50여 일이 됐다. 서울대병원 재직 당시 교육연구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고, 퇴임 전 중앙보훈병원장을 맡으며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그다운 행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4년 8월 UAE 대통령실과 SKSH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며 의료 기술 수출의 물꼬를 텄다.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위탁운영을 따낸 첫 사례다. 미국 스탠퍼드와 영국 킹스칼리지, 독일 샤리테 등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수십 명 배출한 세계 유수 병원들과 경합 끝에 이룬 쾌거라 한국 의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중동의 서울대병원’이란 타이틀을 걸고 2014년 11월 첫 외래 환자를 받은 지 2년만에 누적 외래 환자가 5만 명을 넘어섰고 2019년 2기 위탁운영 계약도 무난히 성사됐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오고 SKSH 운영·감독 기능이 기존 TMO에서 현지 최대 헬스케어 기업인 퓨어헬스로 이관되면서 위기설이 솔솔 흘러 나왔다.
이 원장은 “현지에 와보니 UAE 의료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의료서비스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심장·뇌신경·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 영역을 구조조정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화 병원이라도 종합병원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해야 하는데 수요가 많은 정형외과, 안과마저 없애려다 보니 전체 환자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쉽지 않은 여건인 건 맞다”면서도 “수정 가능한 팩터가 있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SKSH가 위치한 라스알카이마는 두바이공항에서 45분 거리로 인구 43만이 거주해 제2의 두바이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의료기관 인증제도인 JCI 인증을 3차례 획득했고 최근에는 ST상승형 심근경색(STEMI) 등 급성기 심장진료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심장학회(AHA) 지정 네트워크에 포함됐다. 진료의 질에 손색이 없는 만큼 진료 이외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데 주력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주력 분야인 심장혈관외과 수술을 필두로 진료 경쟁력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 확충, 의료진 영입 등 쇄신을 위한 밑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의료술기부터 진료 프로세스, 운영노하우 등 한국 의료기관의 문화와 시스템 전반을 전수하는 모델을 앞세워 해외 다른 국가로 저변을 넓힌다는 목표다. 그는 “SKSH가 자체 운영 가능해질 때까지 서울대병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한국에서도 현지 병원에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