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문화산업 관련 규제를 만드는 것에 힘을 쓰기 보다는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협회장을 비롯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올해 3월 ‘검정고무신’ 작가 고(故) 이우영 씨가 저작권 법정 공방 도중 별세한 사건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법률안이다. 법안은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금지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 중에는 지식재산권의 양도를 강제하거나 무상으로 양수하는 행위, 제작 방향의 변경이나 제작인력 교체 등 제작 활동 방해 행위 등이 포함된다. 문체부는 이를 위반한 문화상품 사업자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콘텐츠 업계 및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 리더는 “이 법률은 거래 관계에 대한 계약 사항이 나열돼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에 의해 이미 관련된 규제에 대한 적용을 하고 있다”며 “법률안의 금지 행위를 보면 적용받는 대상자가 상당히 넓다.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인터넷TV(IPTV) 방송법에 있는 금지 행위 부분과 중복된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복 규제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에 근거한 방송통신위원회 역할과 충돌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전했다.
사적 계약에 대한 과도한 공적 개입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 리더는 “문화상품별 특성과 거래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해 획일적이고 경직된 방식으로 규제가 적용될 우려가 있다”며 “사업자에 대한 별도의 기준 없이 문화상품을 거래하는 모든 사업자의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플랫폼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발의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대착오적인 접근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취지는 좋으나 시장에 혼란을 주고 부작용만 일으키는 규제가 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반면 문체부는 시장의 실패를 바로 잡기 위해 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이 법안은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정부가 시작하지 않았다"며 "특정 분야를 과도하게 보호하기 위해 진흥하면 시장 실패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법안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부처 협의를 많이 거쳤고 수정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며 “외부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 영역별 우려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지속해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법안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방통위와 전면적으로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세미나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동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