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우크라이나 "농산물 '금수조치' 유지 폴란드 등 3개국, WTO 제소"

EU, 수입금지 해제 결정했지만

자체적 금수조치 유지 따른 대응

우크라이나 국기 위로 곡물들이 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우크라이나 국기 위로 곡물들이 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농산물 수입금지를 유지하기로 한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8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16일부로 폴란드 등 5개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직접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음에도 자체적으로 금수 조치를 이어가는데 따른 반발성 조치다.



타라스 카츠카 우크라이나 무역대표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처가 법적으로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폴란드가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폴란드로부터 과일과 채소 수입을 금지해야 할 수도 있다”며 보복조치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또 곡물에 대해 실시간 수출 허가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상품이 이웃 국가에 어떤 쓰나미도 일으키지 않도록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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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가 봉쇄되면서 농산물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흑해 대신 육로와 다뉴브강 수로 등을 수출 통로로 이용해 왔다. 이에 우크라이나 주변 폴란드·헝가리·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5개국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싼값에 유입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자국 농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반발했다.

EU는 이 상황이 우크라이나와 갈등으로 번지자, 이들 5개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직접 수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경유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4개월 만인 이달 15일 이들 국가에서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직접 수입 금지 조처를 16일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는 EU 결정과 관계 없이 자체적 금수조치 시행을 밝혔다. 폴리티코는 “폴란드의 경우 집권 여당이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지역을 의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츠카 무역대표는 3개국 결정에 대해 “무역 정책기관인 EU집행위원회에 대한 시스템적 문제제기”라고 해석하며 “EU집행위원회를 무시한 접근은 EU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폴란드가 밀 등 4개 곡물 외에 밀가루, 사료에 대해 추가로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데 대해 “우크라이나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EU집행위원회는 폴란드 등 3개국의 자체적 농산물 금수조치에 대응책을 고심하면서도 내부 분열을 우려하며 즉각 반응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현 단계에서는 밝힐 입장이 없으며, 우리는 3국이 발표한 금수 유지 방침을 아직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합의된 금수조치 해제를 위한 우크라이나와 합의사항 이행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측이 참여하는 첫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EU는 폴리티코에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수출 제한을 실시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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