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4명이 노동조합이 지향해야 할 노조 운동 목표로 최약계층 보호를 꼽았다는 연구기관 설문조사가 나왔다. 조합원 임금 인상이 노조의 최우선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둔 여론이 높다는 이례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조의 대중적·정치적 운동의 역할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졌다.
19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운동과 일터 민주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올해 2월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성인(만 19~65세) 1000명 대상 노사관계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인식조사를 보면 노조 운동의 향후 목표에 대해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를 꼽은 비율이 37.2%로 가장 많았다. ‘조합원의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은 21.8%로 2위다. ‘조합원의 고용안정’도 21.7%로 3위에 그쳤다. 이는 노조가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설립된 이해관계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과다. 취약계층 보호는 노조 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공공 가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응답자는 4위로 ‘사회보장, 세제개혁 등 사회제도의 개혁’(18.8%)을 꼽으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
이번 조사에서 순수 노조 필요성에 대해 긍정 비율은 81.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 노조가 전체 사업장의 약 14%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비노조 사업장에서도 노조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노조의 근본 설립 동기인 ‘근로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답변율도 57%로 반대 답변을 상회했다. 노조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데 대한 동의율도 59.2%로 절반을 넘었다.
이는 답변자가 속한 사업장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 불평등에 대한 문제인식에 기인한다. 소득과 부의 배분, 고용형태 임금 격차, 기업 규모 임금 격차 불평등에 대해 동의한다는 비율은 고르게 70~80%를 기록했다. 이 불평등의 문제 원인에 대해 재벌 대기업이라고 꼽은 비율은 28.5%로 귀족노조(대기업·공공 노조 수식어) 14.3% 보다 높았다.
하지만 노조가 사업장을 넘어 사회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세대 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노조 운동을 강경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64.8%로 반대 답변(35.2%) 보다 두 배 높았다. 그런데 만 19~29세는 ‘강경하다’는 비율이 48.8%로 뚝 떨어졌다. 또 노조 가입 의향 질문에 대해 긍정 비율은 31.9%지만 만 19~29세의 답변율은 22.1%에 머물렀다. 20대 상당수가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1980년대 국민적 노동 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같은 맥락으로 앞서 노조 운동의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서도 ‘정치적 활동’을 꼽은 답변율은 5위로 꼴찌였다.
보고서는 철도노조, 대기업 노조, 공기업 노조, 플랫폼 노조를 별도 분석하면서 청년 세대 노조 운동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보고서는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노조의 역할을 투쟁과 저항 보다 실용적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2020년대 청년세대의 노조운동은 기성세대가 주도한 노조 운동과 비교할 때 대중적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