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발전 전문가가 2051년까지 사고 원전 폐로 작업을 마치겠다는 일본 정부 계획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노 히로시 일본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장은 "핵연료 잔해(데브리)가 없는 일반 원전도 폐기에 30∼40년이 걸리는데,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지금도 핵연료 잔해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폐로(廢爐)는 원자로 폐기를 뜻하는 용어다. 이는 손상된 핵연료와 흩어진 핵연료 파편인 '데브리'를 꺼내고 건물을 철거한 뒤, 인근 지역의 방사능 오염을 정화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앞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51년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탱크 1000여 기에 저장 중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탱크 부지를 사고 원자로에서 반출한 핵연료 잔해 보관 장소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미야노 위원장은 기술 개발이 잘 이뤄진다해도, 2051년까지 마무리될 수 있는 건 핵연료 잔해 반출 이외의 작업 정도라고 밝혔다. 미야노 위원장은 "먼저 원자로 상부에 있는 구조물을 절단하고 분해해 철거해야 한다"며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노후화해서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야노 위원장은 오염수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방류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이달 7일 기준으로 오염수 133만9000여t(톤)이 있으며, 매일 90∼100t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노 위원장은 "오염수 발생량을 언제 '제로'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전망을 제시하지 않으면 영원히 문제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며 사고 원자로로 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야노 위원장은 원전 폐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핵연료 반출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핵연료 잔해도 노심(爐心·원자료에서 핵분열 연쇄 반응이 이뤄지는 곳)에 남은 것, 콘크리트와 섞인 것 등 여러 형태가 있다"며 "콘크리트와 혼합된 핵연료 잔해를 반출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제거하면 오염된 분말이 나와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내년 3월 이전에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에 있는 핵연료 잔해를 몇 g(그램)가량 시험 반출할 계획에 대해서는 "g 단위라도 분석한다면 핵연료 성분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핵연료 잔해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추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원자력학회는 지난 2020년 7월 완성한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폐기와 관련해 4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학회는 사고 원전 폐기에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