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원을 투자하는 데 3조 원 이상은 회수해야죠. '연 환산 수익율(IRR)' 15% 이상이 목표입니다."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 부사장은 18일 '에이티넘 성장투자조합 2023'의 결성 총회를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신규 펀드의 수익율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 283억 원을 받으며 벤처캐피탈(VC) 업계 ‘연봉 킹’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두나무와 직방·리디·IGA웍스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국내 최고의 투자 심사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장투자조합 2023은 8000억 원 규모로 국내 벤처펀드 중 가장 크다. 에이티넘은 오는 11월까지 추가 자금 모집을 통해 이 펀드의 약정액을 8500억 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에이티넘이 청산한 펀드들의 평균 수익율이 25%가 넘는다" 면서 "목표로 제시한 회수 규모는 경험상 충분히 가능한 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이티넘은 약 30%의 IRR로 '고성장 기업 투자조합'과 'KIF 에이티넘 전문 투자조합'에 마침표를 찍은 바 있다.
에이티넘의 탁월한 선구안은 이번에 8000억 원이 넘는 대형 펀드를 결성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국민연금공단과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47곳의 기관 투자가들이 에이티넘의 투자 역량을 믿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IBK기업은행(024110)과 BNK부산은행, 미래에셋증권(006800), KB캐피탈 등은 신규 출자자로 에이티넘 펀드에 참여했다. 에이티넘 역시 회사와 운용역들이 함께 1012억 원을 출자하며 펀드 운용에 신뢰와 책임감을 높였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관들이 펀드 출자 결정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많아 펀드 결성에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면서 "기존 펀드 출자자들 대부분이 재출자를 해줬고, 신규 투자자도 가세해 1년 안에 목표 자금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로는 싱가포르 투자사인 버텍스홀딩스가 이름을 올렸다. 에이티넘 펀드에 해외 출자자(LP)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며 “다음 펀드부터는 해외 출자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부사장은 '인공지능(AI)'과 '글로벌'을 핵심 키워드로 이번 펀드의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잘 활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AI는 10년 전 모바일 산업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바이오와 헬스케어, 콘텐츠 등 전 산업군에 걸쳐 AI는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해외 투자도 활발히 진행할 방침이다. 펀드 약정액의 20% 가량인 1500억원 이상을 해외 투자금으로 배정했다. 주목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일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다. 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그는 각 국가의 주요 투자사인 GFT벤처스(미국), AC벤처스(인도네시아), 오픈스페이스(싱가포르), DNX벤처스(일본) 등과 파트너십도 체결했다고 전했다. 에이티넘은 이르면 내년 중 미국 지사 설립도 계획 중이다.
김 부사장은 벤처 투자는 “시장 상황을 보며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시기나 분야에 투자가 몰리는 것을 경계하면서 3년~4년에 걸쳐 신중하게 투자처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