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세상 밝힌 이건희 '30년 혜안' 결실…미래 30년도 함께 간다

◆삼성 안내견학교 30주년

이재용 회장, 홍라희 여사와 참석

안내견 사연 듣고 눈시울 붉히기도

1993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추진

"나눔 정신 사회 전체에 퍼질 것"

年 15마리 양성·총 280마리 분양

장애인 인식·제도 개선도 이끌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예지(뒷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 이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윌리엄 손턴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사진 제공=삼성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예지(뒷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 이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윌리엄 손턴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사진 제공=삼성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의 대대적 변화를 요구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사회 공헌 사업에서 생소했던 ‘시각장애인 복지’를 꺼내 들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불과 석 달 뒤인 9월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이렇게 세워진 삼성 안내견학교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퍼피워커(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돌봐주는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선대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안내견 사업이 이 선대 회장의 혜안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경영철학을 잇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관장과 이 회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끝까지 1시간 반가량 자리를 지켰다. 이 회장은 안내견의 사회화 과정인 퍼피워킹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 가족을 만난 안내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석자 중 한 명인 안내견 ‘조이’의 파트너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조이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홍 전 관장은 “이건희 회장님이 굉장히 노력하던 사업이라 30주년 기념식을 봤더라면 감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30년도 함께 걸어가겠다는 결의 역시 다졌다.

19일 경기 용인의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학교 설립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두 번째) 전 리움미술관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19일 경기 용인의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학교 설립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두 번째) 전 리움미술관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기념식에서는 이 선대 회장의 안내견 사업에 대한 신념, 안내견 사업 이후 사회 변화 등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됐다. 퍼피워커의 손을 떠나 안내견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강아지와 7~8년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친 은퇴견들을 대상으로 안내견 분양식과 은퇴식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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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손턴 세계안내견협회(IGDF) 회장은 삼성의 30년에 걸친 노력을 평가하는 감사패를 전달하며 “삼성은 지난 30년간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안내견을 훈련시켜왔다”며 “삼성 안내견학교가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안내견학교 사업이 안정 궤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설립 당시 기업이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사례가 없어 IGDF조차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학교에 대한 정관 규정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안내견 사업에 뛰어들자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이나 복지 단체에 기부를 하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선대 회장은 안내견 사업에 대한 꿈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 선대 회장이 당시 쓴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는 이와 관련한 심경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며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도 했다.

지원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IGDF가 1999년 삼성 안내견학교를 공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인증했고 안내견 분양 수도 꾸준히 늘었다. 삼성 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처음 분양한 뒤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올해 기준 총 280마리를 분양했다. 안내견 훈련사와 예비 안내견들이 30년간 훈련하며 걸은 길은 81만 ㎞. 지구에서 달까지의 왕복 거리(76만 ㎞)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기간 동안 퍼피워킹과 은퇴한 안내견을 입양한 자원봉사자 수를 모두 합치면 2000여 명에 이른다.

안내견 양성과 함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및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1996년 초등학교 교과서에 안내견에 대한 내용이 실렸고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의 편의 시설 접근을 보장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해 2000년 1월부터 해당 법안이 시행되는 결실을 거뒀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안내견을 지원하는 규정을 잇달아 신설했다.

삼성은 안내견학교 시설과 훈련·교육 프로그램 개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올해 삼성 안내견학교는 견사를 기존의 2배 크기로 확장하면서 안내견의 번식과 생활을 위한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꾸미는 공사를 진행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위한 교육 워크숍 횟수를 늘리고 장애인을 배려한 청각 교육 자료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교육의 양과 질 개선도 지속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리트리버를 돌보는 모습. 사진 제공=삼성전자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리트리버를 돌보는 모습. 사진 제공=삼성전자


노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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