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교사 24명이 사교육 업체에 최대 5억 원을 받고 문제를 판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들을 고소 및 수사 의뢰하고 돈을 주고 문제를 산 사교육 업체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영리 행위를 한 교사들을 확인하기 위해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총 322명이 신고했고 이 중 24명이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사실을 숨기고 출제 위원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수능과 모평 출제에 모두 참여했고, 1명은 모평 출제에만 참여했다.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후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금품 수수 금지’, 정부출연연법상 ‘비밀 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명은 고소와 수사 의뢰를 함께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4명 중에 5억 원 가까이 받은 사례가 있었고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들도 다수였다”며 “많게는 금품 수수 교사가 수능·모의고사 출제에 5·6차례나 관여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장 차관은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해서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자진신고 결과를 감사원 감사와 연계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감사 결과가 확정·통보되면 징계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사들인 사교육 업체 21곳 또한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유명 입시 업체도 포함됐다.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만드는 사교육 업체가 병역 특례 업체로 지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업체의 전문 연구 요원 배정 추천을 제한하기로 했다.
병무청은 이 업체에서 당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배정된 요원이 국어 영역 모의고사 지문 작성 등을 한 것을 확인하고 이 요원에 대해 복무 연장과 함께 수사 의뢰 조치하기로 했다. 해당 사교육 업체 역시 고발한다.
또한 병무청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순수 연구개발과 무관한 사교육 관련 업종은 병역 지정업체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의 관리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을 구성할 때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이력이 있는 교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사교육 업체 문항 판매자의 수능·모평 출제 참여를 막는 제도 개선안을 올해 하반기 내 마련할 계획이다.
장 차관은 “‘사교육 카르텔’이 뿌리를 내려 수능의 공정성을 위협하고 청년 세대 병역의무의 공정성까지 훼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사교육 카르텔을 끊어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