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만나 북한 핵·미사일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자는 합의를 재확인했다. 같은 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했는데 중국이 향후 미국·러시아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과 동시에 소통하는 실리 외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18일(현지 시간) 블링컨 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부주석과 만나 양국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수주 내 후속 고위급 접촉’에 나서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면 외교가 이견이 있는 분야에 대처하고 협력할 분야를 모색하는 최선의 길”이라며 “미국은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주석은 “미국이 중미 관계의 안정적·지속적 발전을 위해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더 구체적으로 행동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및 제재 해소를 촉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약속한 후속 고위급 접촉은 조만간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만남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에 관한 논의도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 나선다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중국전문가는 “미중 간 고위급 교류 기조는 단순히 관계 관리의 일부가 아닌 목적이 있는 노력”이라며 “양측이 11월 정상 간 생산적인 회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왕 부장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2시간 마라톤 회담을 했으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도 올해 연달아 중국을 방문했다.
한편 같은 날 러시아를 방문한 왕 부장은 라브로프 장관과 함께 양국이 미국의 반중(反中)·반러 행보에 대해 긴밀한 입장을 취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중러 협력은 제3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라브로프 장관 역시 양국 간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했다. 이에 중국이 미국·러시아를 대상으로 동시에 소통에 나서면서 국익을 꾀하는 실리 외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왕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양국은 모두 독립·자주의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필요한 부분에서 협력하지만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이 나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