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우려했다. 강경 일변도의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울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10일 퇴임식 이후 처음이다. 그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방문하는 손님을 맞는 등 별다른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이전의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에도 서면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에서 시작해 문재인 정부의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역대 정부는 긴 공백 기간을 뛰어넘으며 이어달리기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럴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 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며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합의로 꽃피울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엄중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위기의 끝에 반드시 대화의 기회가 올 것이고 위기가 깊어질수록 대화의 기회가 다가온다고 믿으며 대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길은 대화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이라며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남북 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 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고 밝혔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면서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부자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안보·경제 성적을 비교해보면 진보 정부에서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와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