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기술혁신 의욕 꺾는 직무발명보상금제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기술 민간이전 노력 대가에 과세

'산업발전 지원' 제도 취지 어긋나

정당한 보상으로 자발적 성과 유도

연구자 사기 높여 성장역량 키워야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영화 ‘오펜하이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에 뛰어든 패권 국가 간 과학기술력 경쟁을 묘사하며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를 넘어 세계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미국은 당시 유럽보다 물리학 분야에서 뒤처져 있었음에도 정부와 과학 두뇌들이 머리를 맞대 3년 만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다.



지금도 과학기술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적인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량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 후반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우리 경제의 혁신 역량 저하를 꼽을 수 있다. 과거의 컴퓨터나 지금의 인공지능(AI)처럼 단 하나의 신기술이 경제·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면 국가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단숨에 반전시킬 파괴적 혁신은 결국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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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혁신 역량의 제고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로 불리며 핵무기처럼 적대국의 위협을 억제하는 국가 전략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상 마찰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 국가의 핵심 기술과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통제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기술 패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한국도 과학기술이 혁신 성장과 국가 안보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과학기술 역량 제고와 미래 인재 양성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기에는 여러 환경과 제도적 여건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불만이 있다. 특히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혁신 기술을 민간이 잘 활용하도록 노력한 대가로서 받는 직무발명보상금에 과세하는 것은 연구자의 기술 개발 의욕과 활용 노력을 꺾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과학기술 분야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이전 건수와 총 기술료가 비과세 때는 매년 10% 이상 증가했던 반면 소득세법 개정으로 과세한 후 3년간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즉 개발된 기술의 민간 활용을 이끌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6년 소득세법 일부 개정으로 직무발명보상금이 과세 대상인 근로소득에 포함된 데 대해서는 법적 합리성이나 형평성 등의 면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법 개정이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통해 발명 의욕을 고취하고 그 결과로써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려는 직무발명제도의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다.

결국 자발적 노력을 통해 혁신적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미래 유망 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사회적 관심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 현재 우리는 과학기술이 경제와 외교 안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감소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성장 역량을 제고하고 혁신적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을 합리적으로 해 현장의 연구자들이 신바람이 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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