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앵커리츠가 몸집을 키우고 투자 다각화에 나선다. 상장리츠시장이 본격화되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리츠협회는 지난 7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앵커리츠의 변경인가를 최종 승인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3100억 원이던 앵커리츠 규모는 4650억 원으로 확대됐다. 투자의 자율성도 늘어 장내에서 리츠주를 사들이거나 리츠가 발행한 사채 투자 등도 가능하게 됐다.
앵커리츠는 상장리츠 확대를 위해 국가와 연기금 등이 모리츠를 설립해 상장리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쩐주'다. 주택도시기금은 지난 2020년 앵커리츠의 자산관리회사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하고 국내 상장리츠에 투자해왔다. 1차 약정총액은 3100억 원으로 소진율은 현재 98%에 이른다. 현재 앵커리츠는 국내 전체 상장리츠 시총의 약 3.5%를 소유하고 있는 주요 투자자다.
국내 상장리츠시장은 지난 7월 말 기준 355개가 운영 중으로 자산 규모는 91조7000억 원에 달한다. 2018년 6월 이리츠코크렙 상장을 필두로 시작된 대형 상장 리츠 시장은 지난 해 시총 10조 원에 육박했다. 이후 NH, KB, 신한에 이어 SK, 롯데, 한화, 삼성 등 대기업까지 잇따라 상장리츠시장에 진입했으나 지난해 글로벌 금리인상 충격의 영향으로 대다수의 리츠 주가가 하락한 후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는 추세다. 리츠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 등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미국 싱가폴 등 해외 리츠대비 낙폭이 과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앵커리츠 증액은 리츠시장 활성화에 대한 변함 없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리츠시장이 과도하게 저평가되자 주택도시기금의 정책적 역할과 운용 수익 측면에서 규모를 확대하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은 "협회의 지속적인 건의에도 불구하고 증액결정이 늦어진 것은 다소 아쉽지만 현재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리츠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앵커리츠의 향후 투자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