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3년 연속 판매 1위인 ‘쏘렌토’를 생산하는 기아가 ‘방산업체’ 였다고?
지난 8월14일(현지 시간) 폴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아가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소형 전술차량 4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주일 후 22일(현지 시간)에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폴란드 군이 도입할 신규 군사장비에 대한 계약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가 기아로부터 소형전술차량(KLTV·Korean Light Tactical Vehicl) 40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정부의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이 차량들은 폴란드 기갑 기계화 부대의 수색정찰용도로 활용된다. 지난해 폴란드가 한국에서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최대 20조 원대로 추산되는 무기류를 사들인 데 이어 추가 구매로 또 한 번의 ‘K방산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개발한 고성능 4륜 구동 소형전술차량 원조 ‘험비’와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 성과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험비는 1980년대부터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 이동수단으로, 정식명칭은 ‘다목적 고기동차량’((Humvees)이지만 보통은 발음에서 따온 애칭 ‘험비’(HMMWV)로 부른다. AM제네럴이 제작했다
총 12억즈워티(약 40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이번 계약에 따라 내년부터 KLTV를 폴란드형으로 개량한 LPR 납품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PGZ 자회사인 로소막은 향후 수년간 기아로부터 생산기술을 이전받아 폴란드 현지에서 이 전술차량을 생산해 기존 구형 군용차량인 '혼케르'를 대체하게 된다.
전술차량은 산악과 하천, 혹서·혹한 등 다양한 지형과 기후 조건에서 기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SUV 형태의 군용차량이다. 장착되는 모듈의 종류에 따라 지휘차, 정찰차, 기갑수색차 등으로 확장 운용된다.
한국형 험비 K-151, 일명 ‘현마’로 불리는 소형전술차량은 국군에서 운용 중인 노후화된 K-131(레토나)과 K-311A1 등을 위시한 ¼톤 트럭(속칭 레토나, 지프)을 대체한 차량이다. 한국군은 미군이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윌리스 지프’를 소형전술차량으로 사용하다 1997년 아시아차가 개발한 레토나를 군용으로 제작해 사용해왔다. 장병들은 군용 레토나를 ‘군토나’로 부른다.
미군 군용 차량인 험비와 외형이 비슷해 ‘한국형 험비’라고도 불린다. 성능은 험비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험비는 6ℓ 가솔린 엔진에 190마력이 나오지만, 국산 전술차량 배기량은 3.0ℓ로 낮지만 출력은 225마력으로 험비보다 35마력이 높다.
또 다른 별칭은 ‘현마’로 K-151은 길이 4.9m,너비 2.19m, 높이 2m에 총중량 5.7~7t인 트럭이다.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최고속도가 포장도로에서 시속 130km에 달한다. K16 중기관총과 K6 중기관총 등으로 무장 가능하다. 병력은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다. 엔진 성능도 기본형이 225마력에 최대 토크 50㎏·m으로, K131(130마력, 18㎏·m)과 K311A1(130마력, 37㎏·m)보다 뛰어나다. 60%의 등판능력과 일반적인 소하천을 건널 수 있는 도섭능력 등을 갖춘 것은 물론 영하 32도에서의 시동능력과 항속거리 500㎞ 이상 등의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에어컨’·‘내비게이션’·‘후방카메라’도 장착
민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확연하게 다른 기능은 방탄 능력이다. 종전 한국군 전술차량은 방탄능력이 부족해 전장에서 탑승자를 보호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많았다. 그러나 신형 전술차량은 공산권 국가 정규군이 사용하는 AK74 소총용 탄환 중에서도 가장 관통력이 높은 탄환과 개인용 수류탄도 막을 수 있다.
특수 런플랫타이어를 장착해 타이어가 터지거나 찢어져도 1시간 동안 시속 48㎞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편의장치다. 자동 8단 변속기와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가 장착된다. 심지어 에어컨도 설치됐다.
다양한 모듈로 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형전술차량은 지휘용 4인승과 8인승, 기갑수색용, 포병관측용, 정비용 등 5종이다. K151(4인승) 지휘차는 보병·포병·기갑 대대급 이상 부대 지휘차로, K152(8인승) 지휘차: 보병·포병·기갑 중대·포대급 부대 지휘차로 배치된다. K153 기갑수색차는 뒤측 적재함의 높이를 높여 방호력을 증대했다. K154 비방탄차량은 포병 관측반용 차량과 2인승 카고트럭으로 활용된다.
미국산 험비를 비롯한 외국 차량들에 견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세계 방산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능 면에서 미군용 차량과 대등하거나 대부분 뛰어나고,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험비는 대당 2억5000만 원 선이지만 국산 전술차량은 1억2000만~1억50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기본 차체를 활용해 통신 및 유도무기 탑재차량, 화생방 정찰차량 등으로 개발, 향후 다양한 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폴란드 수출 계약을 통해 경쟁력은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전차나 장갑차도 갈 수 없는 눈 덮인 급경사 내리막과 오르막길, 성인 허벅지 깊이의 물웅덩이도 거침없이 달리는 등 야지 극복 능력이 세계 전술차량 중에서도 수준급 전술차량”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제공한 험비(HMMWV)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대전차지뢰를 밟았지만 큰 폭발에도 승무원은 전원 생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원조 험비의 성능에 대한 찬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8월 17일 공식 엑스(구 트위터) 채널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감사한다. 당신들의 험비는 우리 병사들의 생명을 구했다”며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우크라군이 교전지점에 도착한 후 하차해 산개하는 과정에서 험비 기관총 사수는 안전한 전개를 위해 엄호사격을 하다, 운전수가 험비를 조금 이동시키던 중 대전차지뢰를 밟았다. 차량 전체가 화염과 연기에 휩싸이는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험비 안에 남아 있던 기관총 사수와 운전수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즉각 탈출하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은 개전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의 군사지원 패키지를 통해 2000대 이상의 험비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고 있다.
험비는 미군 보병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1989년 파나마전을 시작으로 걸프전, 소말리아 파병, 아이티 침공 작전, 보스니아 내전 등 주요 작전 지역에서 운용된 군용차량이다.현재 미국의 육군과 공군, 해군, 해병대에서 약 16만 여대를 사용 중이며,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대만에서도 2만 여대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보병 ‘아이콘’…급조폭발물 공격 취약
이 전술차량은 미국의 AM제너럴이 생산했다. 경사각 60도를 등판할 수 있고 46cm 높이의 수직장애물이나 76cm 깊이의 참호도 거침없이 통과가 가능한 전천후 주행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군에서는 스테로이드(근육강화주사)를 맞은 지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업체의 양해를 얻어 험비를 민수용버전으로 개조해 처음으로 소유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폭발적인 인기에 힙입어 AM제너럴은 민수용 허머 H1, H2, H3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군용 험비는 총 15가지 종류가 납품됐다.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 ‘M998’로 물자·수송형이다. 특별한 무장은 없고 병력과 물자수송을 위해 필요에 따라 차량 윗커버를 탈부착한다. 적재함부에 설치된 접이식 의자는 양쪽에 각각 4~5명까지 병력이 앉을 수 있다. 이 모델은 현재 ‘M1097 A2’로 제식명이 변경됐다. ‘XM1109’ 장갑강화형 모델은 기존의 험비에 비해 대인지뢰, 대전차 지뢰에 대한 장갑성능을 강화한 모델로 내구성을 강화했다. 차량 전면은 7.62mm탄과 12파운드의 대전차 지뢰를 막는게 가능하다.
험비도 단점은 있었다. 성능을 개량해도 급조폭발물(IED)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최근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집중적인 IED 공격을 받았으며, IED로 인한 사상자는 전사자의 60%에 육박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지뢰방호 장갑차(MRAP)다. 지뢰와 IED에 대비해 차체 바닥 장갑을 V자로 제작한 특수 차량이다. 다만 MRAP을 유지하기 위해선 차량 한 대당 연간 1만달러에서 2만달러 가량이 소요되는 큰 약점이 있다. 미군은 아프간과 쿠웨이트에서 운용되고 있는 MRAP 트럭 정비에 한해에만 1억 3370만 달러를 썼고 파손된 트럭수리에 5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에 신형 전술차량을 도입했다. 합동경량전술차량(JLTV)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동시에 험비를 교체하기 위해 도입한 차량으로 트럭전문 업체 오시코쉬가 생산한다. 4인승 전투용 전술차량(Combat Tactical Vehicle)과 2인승 전투지원차량(Combat Support Vehicle)이 있다. 미 8군에도 두 가지 모두 들어왔다.
JLTV는 길이 6.2m, 너비 2.5m, 높이 2.6m 경량 전술 차량 치고는 대단히 크다. 자체 중량은 6.4t이다. 탑재중량은 CTV형이 1.6t, CSV형이 2.3t이다. 험비가 이라크 등지에서 급조폭발물에 휴지조각처럼 파괴되는 것을 교훈삼아 방탄능력을 키우다 보디 덩치가 커지고 무거워졌다. 그래도 JLTV의 장점은 생존성이 높고 CH-47 치누크 헬기와 C-130 수송기, 선박으로 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을 수 있다. 차량 상부에 원격종 기관총 설치도 가능해 무장을 강화했다.
美, 자율주행·전기동력 전술차량도 도입
현재 미군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군용 지프차 험비(Humvees)를 개발하고 있다. 군용 차량 운전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작전 수행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무인 작전 기능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필요한 임무는 호송 운전, 경유지 탐색(사전 경로 지정)과 원격 운영(원격 운영 제어) 등이 부여된다.
심지어 미 육군은 2024년부터 전기를 연료로 하고 전동기(electric motor)로 작동하는 군용 차량도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일명 ‘eLRV’(Electric Light Reconnaissance Vehicles)로 불리는 전기 경량정찰차다.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고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미 육군이 군용 전기차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소음과 진동이 없다. 소음과 진동의 감소는 은밀한 작전을 보장하며 전장에서의 생존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기동력기관은 순간적으로, 내연기관보다 더 큰 힘으로 빠르게 기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래 전쟁 양상 변화에 따른 연료 부족 문제도 해결된다. 미 육군은 미래 군용차량은 각종 전자전 및 전술통신장비의 장착으로 기존 10~20㎾급 자체발전기로는 소비전력을 감당할 수 없고 최소 30㎾급 자체발전기가 장착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사격통제 및 통신장비, 전자전 장비 등이 장착되는 전차와 전술차량은 물론 일반 수송트럭과 같은 비전투차량조차도 전술통신장비, 항법장비 및 단말기 등이 장착되는 추세다. 다만 전기군용차의 경우 재충전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완벽한 대안이 찾지 못했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용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은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전기군용차를 도입하려는 미 육군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 육군이 요구한 전기 전술차량 요건은 재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1회 완충한 상태로 최소 4~5명의 전투병력과 탄약 및 보급품을 탑재하고 각종 전자장비를 작동한 상태에서 480㎞ 이상의 전투행동반경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