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이 20일 “외국 인력 확보를 위한 일본·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며 “현재 5%에 불과한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중을 선진국 수준(12%)까지 두 배 이상 늘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소멸위기의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제시한 그는 “국내 적정 인구 규모와 구성비, 부족 인력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예측을 토대로 한 선별적 유입 계획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축소사회 한국, 이민정책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3’의 주제 강연에서 “인구·지방소멸위기의 상황에서 이민정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개방적 이민정책으로의 대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문제인 만큼 인력 수요와 활용 계획, 부작용 등을 모두 고려한 장기 시나리오를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도 해외 선진국들처럼 ‘정주형’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호주와 캐나다는 고급 기술 인력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선 덕에 출산율 감소에도 전체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우리도 일시 체류형이 아닌 정주형 이민으로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민정책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여러 부처에 흩어진 외국인 관련 이민정책을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외국 인력 확대를 위한 수요 조사와 함께 국민 각계의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민정책을 담당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참석해 이민제도 개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