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국제 미술제인 비엔날레가 막을 올리며 아트페어의 열기를 이어간다.
9~10월에만 전국적으로 대여섯 개의 비엔날레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는 벌써 수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등 대규모 비엔날레와 달리 이들 비엔날레들은 사진, 디자인, 수묵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거나 현재와 과거, 미래를 논하는 다양한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디어로 상징되는 미술의 동시대성·실험성을 주목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20일 사전관람을 시작으로 11월 19일까지 열린다. ‘이것 역시 지도’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서울역사박물관 등 6개 기관, 서점·카페 등 서울 시내 14곳 협력 공간에서 진행된다. 서구 중심 세계관 밖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40명이 총 61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국가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주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번 행사에 예술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네덜란드 출신의 전시기획자 레이첼 레이크스는 “오늘날 물리적·문화적인 이주·이동, 디아스포라와 이로 인해 생겨난 갖가지 경계 등을 새롭게 인식하고, 한편으론 다양한 미디어 환경으로 국가적·지리적 영토·경계를 넘어 이뤄지는 복합적이고도 대안적인 연대와 소통을 주목하고 또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메인 전시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체 전시 장소와 협력 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는 지도책을 자동으로 넘겨주고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기계 장치,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신경망 학습의 조합으로 재구성한 '신세계 지도'를 전시장에 실시간으로 펼쳐 보인다. 2층에서는 지도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을 살펴볼 수 있다. 3층에서는 디아스포라의 양태를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 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역을 연결하는 통로 등 서울 곳곳에서 전시 작품을 찾아 볼수 있다.
지난 1일부터 청주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올해 세계 50여 개 나라 작가가 3000여 점의 작품을 들고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1993년에 시작돼 올해 13회를 맞은 공예 특화 비엔날레로 현재 7만 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라는 행사 주제처럼 전통 공예품 뿐 아니라 산업폐기물과 버려진 플라스틱, 해진 옷 등으로 다시 태어난 공예가들의 실천적 작품도 볼 수 있다.
목포와 전남 일대에서는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는 19개국 19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최근 전통 수묵 및 한국화의 위상이 위축되는 가운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작가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최측은 온라인 가상현실(VR) 전시관을 운영해 전통에 가까운 ‘수묵’을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7일부터 열리는 대형 디자인 축제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미트 디자인(Meet Design)’을 주제로 두 달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역시 개막 후 열흘 만에 4만 여 명이 다녀가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인간의 정신, 신체, 감각, 예술을 장악하고 있는 사진 매체의 고유한 특성에 주목하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의 메가폰을 쥔 박상수 예술총감독(서울대 미학과 교수)은 “사진의 영원한 힘을 주제로, 증언의 힘, 순간 포착의 힘, 연출의 힘, 관계의 힘 등 10개의 소주제 전시를 진행한다"며 “회화, 문학, 음악 등 다른 매체가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전 세계에서 모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