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이 한국·일본과 맺은 군사동맹에 준하는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가 강력히 원하는 사안이지만 미국 역시 이를 통해 사우디·이스라엘 관계를 정상화하고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중동 지역과 사우디 내에서 상대국이 공격받을 경우 서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는 조약을 논의하고 있다. NYT는 “미국이 유럽과 맺은 방위조약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방위조약을 모델로 한 다른 국가와의 조약은 지금까지 체결된 바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우디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인 ‘중동 외교’에 나선 것은 사우디 인권 문제보다도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올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 내에서 외교력을 크게 강화했다. 사우디 역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은 후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하며 부쩍 탈(脫)미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빈 살만 왕세자가 간절히 원해온 상호방위조약을 발판으로 삼아 사우디를 미국 편으로 확실히 끌어들이면서 중동의 숙적인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를 수립해 중동 평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NYT는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사우디를 미국과 더 가깝게 만들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중동과 그 너머 지역에 변혁을 일으키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상호방위조약이 사우디에 대한 반감이 강한 미 상원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분석했다.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가 빈 살만 왕세자라는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사우디를 불신하는 기류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 세계은행 개혁 등을 촉구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많은 회원국과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개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확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남용에 따른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