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존 예측을 뛰어넘는 미국 경제의 호조로 인해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20일(현지 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예상보다 더 강한 경제가 의미하는 바는 연준이 금리와 관련해 좀 더 해야만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이번 9월 회의 결과가 말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9월 FOMC 성명에서 기존 5.25~5.5%이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성명문에서는 주요 문구가 지난 7월 회의 당시와 비교해 거의 변화하지 않았지만 경제 성장에 대한 표현이 ‘온건한(moderate)’에서 ‘견고한(solid)’로 바뀌었다. 경제 성장세가 더 강해졌다는 연준 내부의 인식을 반영한 표현이다.
파월 의장은 “기준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연준의 결정이 현재 금리가 이번 인플레이션 주기에서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은 실제로 이날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위값을 5.6%로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5.25~5.5%인 점을 고려하면 한 차례 더 올려야 한다고 보는 기존 전망을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연준은 이와 함께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6월 4.6%에서 5.1%로 0.5%포인트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에서는 내년에 약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제는 0.5%포인트만 내린다는 의미다.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는 신호다.
연준이 정책 기준으로 삼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에 대한 올해 전망치는 6월 3.9%에서 3.7%로 낮췄다.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더 둔화하지만 경제가 생각보다 강해 물가 재상승 위험을 염두에 두고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예상보다 좋은 원인으로 3가지 요인을 꼽았다. 그는 “가계와 기업의 대차 대조표가 예상보다 탄탄해 지출을 지탱했을 수 있다”며 “아울러 중립금리가 더 올랐을 수도 있고, 금리가 경제를 누를 만큼 제약적인 수준이었던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아서 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기본적인 입장은 지켜보기(wait and see)라는 점도 재확인 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통화정책을 지금 수준에서 유지하고 추가 데이터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지금까지는 여러 진전을 확인했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진전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포드와 GM, 스탤란티스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 ‘빅3’의 근로자로 이뤄진 전미자동차 노조(UAW)의 파업 등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그는 파업과 관련 “자동차 노조 파업의 영향은 파업 기간과 범위, 파업 중 발생한 생산량 손실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 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 불발에 따른 정부 셧다운(일시적 운영 중단)이나 유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정부 셧다운은 전통적으로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건은 그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 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