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철이 되면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환절기가 되면 큰 일교차로 코 점막이 민감해지면서 비염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과도한 냉방과 감기로 약화된 호흡기는 변화하는 환경에 더 쉽게 자극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사람은 2019년 연간 700만 명 수준이었다가 2021년에는 500만 명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1년 중 9월은 알레르기 비염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달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는 지난해 8월에는 70만 명대였다가 같은해 9월부터는 110만 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10대 이하가 전체 환자의 40% 정도로 가장 많다. 어린 아이들이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나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처럼 특정 원인 물질이 코 안에 들어와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면서 생긴다. 가을철에는 특히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의 씨앗이 많이 날리면서 점막을 자극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발작성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다. 통상 맑은 콧물과 재채기는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로 갈수록 완화된다. 코막힘은 하루 종일 지속되며 간지러운 증상이 코뿐만 아니라 목이나 눈 등 주변으로 번질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빈번하게 증상이 나타나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탓에 업무나 공부에 지장을 준다. 방치할 경우 결막염,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두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번 증상이 나타나면 만성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코 막힘이 심하면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코골이, 수면장애가 생길 수 있다. 만성이 되면 치아 부정교합, 안면발달장애, 멍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는 아데노이드형 얼굴 등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침이 마르기 때문에 입 속이 건조해지면서 충치 등의 구강 질환이 쉽게 생기고 산소 공급량이 적어지면서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생기는 경우도 많다. 초기에 잘 치료하고 관리하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감기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감기라고 하는 급성 비염은 대개 끈적이거나 누런 콧물이 흐르지만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비염은 물처럼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증상이 1~2달 이상 오래 지속하는 반면 급성비염은 열이나 근육통 같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이 동반되나 1~2주 이내 호전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 시기에는 비염과 감기가 혼동되기 쉬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격리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감기 환자가 많아질 수 있다”면서 “콧물과 기침이 동반된다고 해서 비염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경구용으로는 항히스타민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 항울혈제, 항콜린제, 스테로이드제, 복합제 등이 사용되며 국소용으로는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항울혈제 등이 처방된다. 면역요법도 활용된다.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곰팡이 등 원인이 되는 항원을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면역반응을 변화시키고 과민반응을 감소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다만 치료에 3~5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심한 코막힘이나 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비강의 형태 이상, 부비동염 등이 있을 때는 수술적 요법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비염의 원인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원인을 개선을 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하고 약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먼지가 많은 천으로 된 커튼, 소파, 카펫 등의 사용을 피하고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되면 창문을 닫고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실벽, 지하실, 가습기 등에 번식할 수 있는 곰팡이를 살균제를 이용해 제거하고 제습기를 사용해 다습한 환경을 없애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환절기에는 여벌옷으로 몸을 따뜻하게 보온하고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생리식염수로 콧속 점막 또는 구강 점막을 씻어주는 것도 좋다. 물론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를 병행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필수적이다. 박일호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원인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호흡을 하면 항상 항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알레르기 요소들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