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진입에 박차를 가하자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첨단 반도체 공정 구현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안정적인 최신 공정 수율 확보와 생산 능력 확대는 물론 질화갈륨(GaN) 반도체 등 새로운 파운드리 분야 진출로 신규 고객사 모시기에 돌입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한국·미국·중국 등 세계 각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에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반도체 생산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후 3년 만에 최첨단 공정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용 반도체를 2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뒤 2026년에는 고성능 컴퓨팅(HPC)용, 2027년에는 자동차용 칩까지 만들 예정이다. 2나노 반도체는 3나노 제품보다 회로가 얇은 만큼 성능도 올라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나노 공정은 3나노 공정보다 성능과 전력효율이 각각 12%, 25% 개선되면서 면적은 5%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공개하면서 1나노 반도체 시대 개막을 선언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파운드리 분야에도 도전한다. 2년 뒤에는 전력 반도체 종류로 각광받는 GaN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양산하겠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신기술 확보에 그치지 않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4분기 양산을 목표로 평택 3라인에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 8000장 규모의 4나노 라인을 갖추고 있다. 미국 파운드리 거점 확보도 한창이다.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쏟아부은 테일러 공장은 올해 하반기 완공해 내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그로크의 4나노 칩을 제작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회사의 파운드리 전략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삼성 파운드리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5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연달아 만나면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다만 파운드리 전략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치열한 장비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공급 부족 장비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뉴메리컬어퍼처(NA) 1호 장비는 인텔에 가장 먼저 공급될 예정”이라며 “반도체 핵심 장비가 파운드리 사업의 명운을 가르는 만큼 공급망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