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은도 연준처럼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한 미국과 달리 우리는 경제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마저 급등해 물가를 자극하고 있어 한은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등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FOMC 결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FOMC 결과로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시장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6원 오른 133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일 대비 2.4원 오른 1332.5원으로 출발해 장중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340원이 일시적으로 뚫리기도 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했으나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다.
한은도 10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역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연준만큼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다. 미국 경제는 연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2.1%로 대폭 상향 조정할 만큼 탄탄하다. 긴축 기조를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는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를 간신히 유지할 정도인데,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상저하고’ 전망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마저도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은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라며 우려한다.
배럴당 100달러를 육박하는 유가도 한은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반등한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 그러면 경기는 더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날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